일터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자연스럽게 사업주는 산업재해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근로자는 산업재해 신청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한다. 산업재해 상담을 하면서 경험한, 내담자들이 가지는 몇 가지 오해에 대해 전한다.


-일을 하다가 제 실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어요.

산재 상담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재해자들이 '본인 과실로 인한 사고'이기에 산업재해 신청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걱정은 접어두셔도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상법'이라고 함)의 가장 큰 특징은 ‘무과실책임주의’. 근로자의 고의나 범죄와 관련된 행위가 아니라면, 근로자의 과실과 상관없이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네가 잘못해서 사고 난 것인데 왜 산업재해라고 하냐"는 문제 제기는 적어도 산재보험법에 있어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이다.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 가입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 사보험에 비추어 상황을 해석하면, 당연히 보험적용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은 다르다. 근로자를 산재보험에 가입시킬 의무는 사용자(보험가입자)에게 있다. 사용자가 의무를 게을리하여 산재보험 가입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언정 그 피해를 근로자에게 전가할 순 없다. 즉,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일지라도 근로자는 똑같이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청구를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근로자가 애초에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라면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사업주는 산재보험 미가입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산재보험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고용산재보험보험료징수법 제50조 참조), 미가입 기간에 대한 보험료 소급분,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보험료 중 일정 비율에 대한 징벌적 징수(고용산재보험보험료징수법 제26조 참조) 등이 있다.


-산업재해 신청은 재직 중에 해야 한다?

질병성 재해의 경우 산업재해 신청을 하더라도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의 조사 기간이 소요된다. 그런데 간혹 "너무 아파서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 산업재해 신청 후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어요"라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면 산재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다.

산업재해 신청과 판단은 회사 재직 여부와 무관하다. 전술한 사례처럼 사직 의사가 확고하다면 그만두어도 산재신청에 따른 조사는 진행될 것이며, 산업재해인지 여부도 판단한다. (물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병가 또는 휴직을 부여하여 요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로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산업재해 신청을 거부하는 회사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산업재해 신청은 안 돼!" 아직도 가끔, 산재신청에 동의할 수 없다는 사용자(보험가입자)가 있다. 재해자의 상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본인의 의견 내지 주장이니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산업재해 신청 자체를 막아설 순 없다. 현행 요양급여신청서 그 어디에도 사업주의 동의를 요하는 내용은 없다. 사용자가 산재신청을 거부하더라도, 재해자가 신청하면 그만이다. 사용자가 거부한다고 하여 산재신청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사용자와 무조건 대립하기보단,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게 좋다. 재해조사과정에서 사용자가 조력한다면, 업무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근로자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반드시 산업재해보험료가 인상된다?

사용자들이 함께 일하다 다치거나 아프게 된 직원의 고통에 공감하고 산업재해 신청에 적극적으로 조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내용을 전한다. 회사에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회사에는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할까?

많은 회사에서 단순히, "산재보험료가 올라가요"정도의 추상적 생각으로 산업재해 신청에 조력하지 않거나, 심각할 경우 정상적인 조사를 방해하곤 한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보험료가 무조건 인상될까?

그렇지 않다.

먼저 업무상질병과 출퇴근 재해의 경우 산재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아가 업무상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산재보험료가 무조건 인상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산재보험의 보험관계 성립한 지 3년 미만 사업장 또는 상시 근로자 수가 30인 미만인 경우에는 산재 처리가 산재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울러 ‘이전 3년간 산재보험료 납부 금액의 합계액’ 대비 ‘이전 3년간 산재 처리를 하여 지급받은 산재보험급여액의 합계액’의 비율이 85%를 초과하게 되어야 산재보험료가 인상된다. (고용산재보험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 참조)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수단이 아닌, 일터에서 아프거나 다친 동료가 적절히 치료받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임을 기억하자.

이성민 노무법인 희연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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