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세금처럼 밀린 사람들

가난한 달이 동전처럼 보름달이 되는 시간은 너무 짧아요

날마다 달은 뜨지만 마음은 늘 연체되어 그믐달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보름달 속에는 평생 눈물이 주식인 달세가 살아요



매일 밤늦게 집으로 날아들던 남자는

겨드랑이부터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자고 깨 보니 갈라진 틈마다 깃털이 자라 있었죠



혼자 달을 보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남자는

날이 갈수록 초승달처럼 야위어 갔어요

끄트머리에 붙어사는 것들은 입이 없어 빈 몸만 달랑거리죠



아침마다 빨래판을 부리로 쪼아대던 딱따구리 여자는

깃털 몇 남겨둔 채 날아가 버렸어요

수도꼭지를 아무리 잠가도 흘러내리는 절망들

벽지에 그녀가 버리고 간 얼룩이 번져갑니다



지대가 높은 곳은 나뭇가지와 가깝지만

달을 보면 먼저,

어느 날 밤 둥지로 날아간 사내가 떠올라요

깎이는 구멍은 가파르고

환한 달빛을 아무리 먹어도 늘 배가 고파요

어쩌죠 저 허름한 둥지, 이제 조금만 있으면 겨울인데

가파른 담벼락 금이 간 사이로 옥탑방이라도 구해야 하나요



젖은 날짜들이 점점 청구서처럼 쌓이고

따뜻한 내일이 우수수

달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의 심장을 빠져나갑니다 

 

윤은주 시인 

2019년 캐나다 한국일보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없는 입선으로 입상.

2024년 상상인 신춘문예 당선.

캐나다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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