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 모퉁이에 서서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잿빛 구름 가득 담은 하늘
구름이 노려보며 인상 찡그려
흠칫 놀라 고개 떨군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요란 떨고
출근을 서두르며 길 위에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람들은 쫓기듯 뛰고 있다
아침은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뛰고, 달리고, 부대끼며
맷돌에 콩 갈리듯 시작부터 고단하다

전철 안은 시루 속 콩나물처럼
가득 서서 몸을 비비 꼬고
위로위로 오르려는 듯 안간힘을 쓴다
서로의 숨소리와 아침 반찬 냄새마저 공유하며
힘든 세상 억척같이 견디려 용을 쓰며 일상 속으로 빠져든다

잿빛 하늘도, 바람과 공기도 추위마저
아직 그대로인데
다 가지고서도 아직 더 가질 게 남아있는 건가
내가 가진 모든 건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
다 가지고서도 불안해하는 건 욕심 때문일까
일상의 삶은 여행이라는 데
털며 갈 것이 아직 남은 것인가
바람마저 차가운 날숨 가쁜 호흡만 무겁고
뭘 가진지 몰라 휑한 바람만 탓하고 있다.
 

강심원 시인

2007년 계간 문학 미디어 아동문학 등단
2017년 시집 패랭이꽃
2021년 동화집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날(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문학미디어문학상 대상
2023년 수원문학인상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