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지켜보며 분노와 안타까움의 양가 감정이 오갔다.

일언반구도 없이 의대 정원 2천 명을 늘린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수술실을 떠나기 전, 환자와 국민들의 동의를 구했는지.

의대 증원이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파괴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길 바랬다면, 환자의 곁을 떠나기보단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결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의사가 있어야 환자가 있다" 등 이어지는 망언에 돌아선 여론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본격화하자, 이들에 대한 보호를 이유로 의대 교수들 또한 집단 사직 및 진료 축소를 예고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답답한 마음뿐이다.

의사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의료 전달 체계 내부에 암처럼 자리 잡은 모순이다.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찬사는 고사하고 병원에서 ‘돈 못버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반면, 소송 리크스도 적고 근로 여건이 보다 편한 성형외과·안과·피부과가 더 큰 수익을 얻는 비정상적인 구조.

이 문제로 지난 수십년 간 곪아온 우리의 의료시스템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의대증원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 과연 사직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나.

대학과 수술실로 돌아가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을 내리고 그 폐부를 어떻게 절제하며, 예상되는 갈등과 사회적 파장은 어떻게 봉합할지에 대한 소견을 국민과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보다 ‘의료전문가’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되살리기 위한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 국민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 모두가 당신의 집도를 기다리고 있다.

하재홍 지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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