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국제스케이트장 내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내부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도 3곳·인천서구·강원 3곳 경쟁
내달 발표 앞두고 '도'에 힘실려

"국제스케이트장이 경기도에 들어서지 않으면 한국 빙상은 고사할 겁니다."

조선왕릉 복원으로 인해 철거되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이전 후보지가 오는 4월께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제스케이트장이 경기도에 건설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강원 지역에 빙상장이 들어설 경우 선수들의 훈련 환경이 악화돼 선수 육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지적이 있어 경기도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신청을 한 지자체는 총 7곳으로 경기도에선 양주·동두천·김포시, 인천 서구, 강원도에선 춘천·원주시·철원군이 경쟁 중이다.

김용수 서울시체육회 직장운동부 빙상팀(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기장이 가까운 곳에 지어지는 게 좋다"며 "이동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훈련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장운동부 선수들이야 스케이트장 인근에 상주하면서 운동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학생 선수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대학생 선수들의 경우 학업 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졸업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훈련에 매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원도의 경우 빙상의 저변을 넓힌다는 명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는 모르겠다"면서 "인구가 적기 때문에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권 체육계 관계자들은 새롭게 지어지는 스케이트장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양주나 동두천, 김포 등 수도권에 건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주-동두천 국제스케이트장 조감도
양주 국제스케이트장 조감도(사진 왼쪽)와 동두천 국제스케이트장 조감도. 사진=양주시청·동두천시청

양주시가 제안한 부지는 광사동 일원 나리농원 일대로, 수도권 제1·2순환고속도로와의 접근성이 좋고 전철1·7호선 및 GTX-C노선, 광역버스 이용이 용이하다.

또 현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약 16km(직선거리) 정도에 떨어져 있어 기존 이용자들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옆도시인 의정부의 컬링장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크다.

동두천시가 제안한 부지(동두천동 33-5번지 일원)의 경우도 전철1호선(동두천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역에서부터 해당 부지까지 도보로 약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향후 GTX-C가 건설될 경우 삼성역 기준 약 28분 정도면 경기장에 닿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포시도 뛰어난 접근성을 무기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포시가 제안한 부지는 김포골드라인, 서울5호선 등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

이 뿐 아니라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 특히 김포공항은 물론이고 인천공항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해외 선수단의 이용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엘리트 선수 70%는 수도권 거주
접근성 떨어지는 강원도 설립시
이용률 저조·선수 훈련환경 악화

정기훈 경기도빙상연맹 사무국장은 "엘리트 선수 기준으로 현재 등록된 선수는 경기도 424명, 서울 410명으로 약 70% 이상의 선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강원도 내 등록 선수가 49명 정도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새 스케이트장이 수도권에 지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기장이 강원도에 건설될 경우) 훈련 환경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속출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등록 선수의 약 70%를 차지하는 수도권 빙상은 물론 한국의 빙상은 사실상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강원도에 경기장이 들어서면 이용이 저조할 것이 뻔하고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개점 휴업한 강릉빙상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강릉빙상장은 2024년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 약 6년간 운영되지 않았다.

현재의 수요만으로는 4천만 원에 달하는 제빙비용과 한 달에 7천만 원 이상 소요되는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약 2천300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인구에 비해 강원도 인구는 150만명에 불과해 훈련장으로 이용하는 것외에는 일반인들의 수요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강릉빙상장·의암스케이트장의
'개점 휴업·폐쇄' 전철 밟지마라"

또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건립된 춘천의 의암스케이트장(야외)도 저조한 이용과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지난 2011년 폐쇄됐다.

현재는 철거된 상태로 풋살장과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춘천의 경우, 400m 스케이트장을 이미 폐쇄한 적이 있다"며 "결국 수요가 없어 운영이 어려운 경험을 했으면서도 또 다시 스케이트장을 짓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세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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