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이야기
정진오 / 교유서가 / 296쪽


뾰족하면서 단단한 창, 날카로우면서 무르지 않은 칼을 만드는 부류가 대장장이이다. 그들의 일터인 대장간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금속 소재 산업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그 대장간은 생동하는 기술 박물관이다. 그곳에 첨단 기술 산업의 원형질이 숨쉬고 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사라져가는 대장장이와 대장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하고 인천광역시 대변인을 지낸 저자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저자는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며 대장간 현장과 그곳의 대장장이들, 더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볐다.

그는 2014년 취재차 대장간을 처음 찾았다. 그때 만난 송종화 장인과 안부를 묻고 지내다 2022년 여름, 대장장이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송 장인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싶었으나 배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그나마도 손재주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에 생각을 바꿔 대장간 관련 책을 썼다.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5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1곳의 현장을 보여 준다. 저자에 따르면,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인천 도심의 한복판에 있는 4곳 등은 이제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인 송종화 장인의 하루로 시작한 책은 국내 마지막 대장간 거리인 인천 도원동으로 시선을 옮긴다. 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이들을 통해 저자는 대장간에 새겨진 지나간 흔적들을 들려준다.

우리에게는 낯선 대장간의 도구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간다. 대장간의 3요소로 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를 들며, 구멍을 뚫거나 쇠를 자를 때 쓰는 망치처럼 생긴 정(鉦), A자형 기계 해머, 프레스기 등등 대장간의 필수 장비들을 등장시켜 대장간의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풀어낸다.

중국 지린성 고구려 벽화에 묘사된 대장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소설 ‘현의 노래’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속 대장장이를 예로 들며 대장간과 대장장이가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였음을 말한다.

특히, 저자는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이라고 평한다. 그 근거로 쇠에서 파생된 우리말이 무척 많음을 들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거느린 대장장이들과 함께 개발한 조총을 정철총통(正鐵銃筒)이라 했고, 다산 정약용은 금(金)과 철(鐵)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고 말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책에는 이렇듯 우리가 몰랐던 대장간에 얽힌 이야기들을 빼곡히 담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사라져가는 대장간을 기록한다.

정경아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