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저녁, 저는 여느 날처럼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를 보고 있었습니다. 화면 속 남자는 취재진들을 피해 줄행랑을 치고 있었고, 이내 자신의 허리 높이로 보이는 법원 울타리까지도 잽싸게 뛰어 넘어 멀리 사라졌습니다. 취재진의 카메라는 그렇게 도망치는 남자를 멍하니 담을 뿐이었습니다.


뉴스 내용을 들어보니, 그는 지난 6년간 4천여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이라 합니다) 위반으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그 남자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도망치듯 법원을 나선 것인지 혹 그 마음 중에 자녀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기나 한 것인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뉴스 말미에 검찰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하여 양육비이행법 위반죄의 구형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의 입장 표명이 무색하게도 법원에서는 위 사례와 같이 주로 징역형이나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양육비 미지급자를 구속시키는 것보다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하게 하여 사회에서 돈을 벌게 해 양육비를 낼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천지방법원 형사 제8단독은 지난 10년 동안 두 자녀의 양육비로 1억여 원을 미지급해 양육비이행법 위반죄를 범한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실형이 선고된 데에는 피고인은 굴착기 기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모두 현금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억 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그러면서도 다른 채무는 변제를 한 것이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하였습니다.


이처럼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양육비이행법은 2021년 7월 개정으로 제27조 제2항 제2호에서 ‘「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감치명령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 을 처벌하는 규정을 갖게 되었고, 이를 통해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위 사례들처럼 양육비 미지급자를 양육비이행법 위반죄로 처벌하기 위하여는 아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법원에서 ‘양육비 지급 확정판결’을 받고, 이어서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받아야 하며, 양육비 미지급자가 위와 같은 이행명령을 받고도 3차례 이상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에 ‘감치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양육비 미지급자가 이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이내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에 비로소 양육비이행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양육비 지급을 개인 간의 채무관계로 보아 채무불이행으로 실형까지 선고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양육비 지급을 ‘미성년자의 생존권’문제로 보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채무불이행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소극적인 학대 내지는 유기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하는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분분하고, 아직까지 양육비이행법 위반죄에 대한 이렇다 할 양형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양육비 미지급자를 처벌하는 것과 미지급된 양육비를 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남기는 합니다만, ‘양육비를 안 주면,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번 실형 판결로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미성년자의 생존권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 풍토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다솔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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