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늘 높은 줄 몰랐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이 3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더욱이 응시자 4명 중 1명꼴로 시험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공무원은 다른 직종에 비해 급여가 적어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급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인식과 악성 민원인의 횡포 등이 문제가 되면서 공무원직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조기 퇴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저연차 공무원일수록 조기 퇴직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즉 5년 미만 퇴직자가 2019년에 비해 2022년에는 2배가량 늘었다. 3년 만에 상당히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MZ세대 저연차 공무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생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6급 이하 공무원 중 2천 명의 직급을 한 단계씩 올리기로 했다. 성적 우수자와 인사 적체가 심한 부처 공무원이 우선 대상이다. 7급에서 6급으로의 근속 승진도 확대하고, 9급에서 4급까지의 승진 소요 최저 연수도 대폭 단축한다. 또한 4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의 연가 확대, 자기계발을 위한 휴직 요건도 완화하는 등 복지도 개선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민원 담당 공무원 보호 제도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민원 담당 공무원 8천500명 중 30%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있어 생각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민원인 상대로 고통을 당하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악성 민원 전문가로 구성된 핫라인 전담 조직을 만들어 민원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악성 민원 담당 공무원에게는 월 3만 원의 업무 수당과 승진 시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소액의 업무 수당이나 가산점 등이 공무원 이탈을 막는 효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며 구체적인 보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민간기업과 달리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직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육아 휴식 시간도 확대된 점은 공직의 최대 장점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직업에 대한 인식과 대응, 행동 자체가 이전 세대와 확연하게 달라졌다. 과거의 장점만으로는 공무원직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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