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윤석남의 개인전이 인천아트플랫폼 H동 프로젝트룸에서 열리고 있다.

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인 윤석남은 이번 전시에서 핑크 의자, 한지 커팅 작품, 거울과 약 700개의 세모꼴 핑크목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 ‘핑크룸 5’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여성, 특히 어머니의 불안정한 내면의 세계를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하게 잘 꾸며진 집에서 사는 중산층 여자라 할지라도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경우는 흔치 않다. ‘핑크룸 5’는 이렇듯 자신만의 방이 갖고 싶은 작가와 여성의 욕망이 투영된 작품으로 수많은 아이러니를 내포한다.

의자를 덮고 있는 핑크빛 실크 한복천은 화사하게 반짝이며 매끈한 촉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사람이 앉고 등을 기대는 쿠션에는 요철이 솟아있어 ‘앉아서 쉬는’ 의자의 기능은 무력화된다. 게다가 날카롭고 뾰족한 송곳 형태의 쇠로 대체된 의자의 다리는 지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소재의 부드러움에 형태의 폭력성이 더해져 여성이 처한 역설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한국 옷을 입은 서양 의자는 어색하게 서서 작가의 말처럼 ‘부엌에도 방에도 있지 못하는 불안한 여성들의 자리를 대변한다’.

이번 작품에서 윤석남은 한지 커팅 작업을 새롭게 시도했다. 가로 세로 30cm로 작가가 직접 문양을 오려낸 한지 작업은 앞쪽 벽은 ‘여성’, 왼쪽 면은 ‘자연(꽃)’, 오른쪽 면은 ‘이성(기하학)’을 주제로 구성됐다.

오른쪽 벽에 부착된 같은 크기의 거울들은 작품에 자기 반성적 성격을 부여하고 공간감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바닥에 깔린 세모꼴의 핑크색 나무들은 바닥에 안착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딛고 서지 못한 채 늘 불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여성들의 내면 세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핑크룸’은 연극의 무대장치와 같이 소품과 장식적 모티프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주인공이 들어설 수도 편안히 쉴 수도 없는 공간인 셈이다.

핑크(pink)는 따뜻하고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색이지만, 이 작품 속 핑크는 여성들의 불안함과 욕구불만을 드러내며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다음달 17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32-760-1002, 1006.

이효선기자/hyosu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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