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고 200명 61년만에 뒤늦은 제32회 졸업식

   
▲ 25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고등학교에서 6·25전쟁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해 학업을 마치지 못한 노병들의 졸업식이 거행됐다. 한 졸업생이 축사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윤상순기자/youn@joongboo.com

“6.25 전쟁으로 받지 못한 고교 졸업장을 61년 만에 받게 돼 너무도 기쁘고 마음 벅차다. 다만 고인이 되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친구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게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25일 송도고등학교 교정에서는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과 등 교육관계자와 내외귀빈, 졸업생 과 재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전쟁으로 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제32회’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눈물의 졸업식이 거행됐다.

이들 졸업생들은 1945년 4월 입학 후 1950년 당시 6학년(송도중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학교가 휴교를 하고, 학교 소재지인 개성이 북한에 점령되면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

이후 1952년 인천에서 재개교했으나 학적이 모두 소실되고 실향 및 이산의 아픔과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 밖에 없어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및 동문들이 파악한 32회 졸업대상 학생은 200명이나 평균 연령 81세의 고령으로 그 중 상당수가 고인이 돼 이날 졸업식에는 30명만이 참석했다.

이번 졸업생들은 6.25전쟁시 학도병 1세대로 다방면에서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주역들이다.

정우개발의 창업주 민석원, 한국 빙상계를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린 대한빙상연맹 명예회장 장명희,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육성에 기여한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손평래, 기독교방송사장 및 대한성서공회 이사 등을 지낸 이재은 목사, 모교 송도고등학교에서 후배양성에 힘을 보탰던 이태영, 인재혁 교사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권영섭 송도고 교장은 회고사에서 “송도중학교 6학년 재학 중(현 고등학교 3학년) 6.25전쟁으로 인한 학업중단으로 졸업은 못했지만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 왔으며,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데 많은 역할을 하신 32회 졸업생 분들에게 61년만에 졸업장을 드릴 수 있게 돼 모교 대표로서 뿐 아니라 인생의 후배로서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허강씨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으니 감격스럽다. 함께 수학했던 친구들이 다같이 자리하지 못해 한스럽다”며 “하루 빨리 통일이 돼 우리와 같은 이들의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도고등학교는 올해 개교 106주년을 맞는 전통명문사학으로 1906년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좌옹 윤치호 선생에 의해 지금은 북한 땅인 개성에서 개교했다.

하지만 6.25전쟁으로 개성이 북한에 점령되면서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1952년 후학양성 및 송도중의 전통을 잇기 위해 많은 동창들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경기 및 강화지역에 많이 거주하던 개성과 연백의 피난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천에 재개교를 하면서 인천시대가 열리게 됐다.

1960~70년 격변기 시대에 피난학교로서의 면모를 벗어나 학교재건 과정에서 개성출신 사업가인 동양화학(현 OCI) 故 이회림 회장이 1975년 학교이사로 취임하면서 OCI와 인연을 맺었으며, 그 동안 총 2만5천4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강광석기자/kskang@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