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이하 광명시흥지구)가 사업 추진방향을 놓고 진퇴양난이다.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고, 규모를 축소하자니 당초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해제된 그린벨트를 다시 환원하는 문제와 맞물려 주민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사업추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사업부지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과 지난 6월 발표한 정상화 방안을 원안대로 이행하는 것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으나 정부 정책의 신뢰도, 주민 반발, 난개발 우려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LH 3년여간 사업 손도 못대…주민은 반발

지난 2010년 3월 3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된 광명시흥지구는 총 면적이 1천740만㎡로 일산신도시(1천574만㎡)보다 크고 분당신도시(1천964만㎡)에 육박하는 규모다.

주택건설 계획 가구수가 9만4천가구에 이르고 전체 사업비도 20조원이 넘다보니지난 3년9개월 동안 지구지정만 했을 뿐 사업 추진이 중단돼 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난으로 막대한 보상비 등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구의 보상비는 줄잡아 8조8천억원으로 단일 보금자리주택지구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단 보상이 시작되면 주민 민원 때문에 1년안에는 보상을끝내야 하는데 현재 LH의 자금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보금자리주택공급 목표를 맞추기 위해 당시 규모를 너무 키운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광명시흥지구를 둘러싼 주택시장의 환경도 부담이다. 현재 이 일대에는 광명시흥지구 외에도 시흥 목감, 시흥 은계, 부천 옥길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시흥 장현지구, 광명역세권 등 각종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광명시흥지구까지 계획대로 개발되면 2020년에는 이 일대에 주택 19만가구가 들어서 심각한 공급과잉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6월 말 고심끝에 이 지구에 공업용지와 벤처밸리 등을우선 조성해 자족복합도시로 전환하고 주택 규모를 6만∼7만가구로 2만∼3만가구 축소하는 내용의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이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단 취락지구(174만1천㎡)와 군부대(132만7천㎡)는 사업부지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LH는 이 계획도 추가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 방안이 시행되면서 LH의 신규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LH는 앞으로 부채 감축을 위해 회사채를 현 잔액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회사채 동결을 선언했다.

내년 LH 사업비 가운데 총 보상비는 공공택지와 산업단지 등 300여개의 기존 및신규 사업을 통틀어 3조4천억원 수준으로 잡혀 있다.

보상비만 8조8천억원에 달하는 광명시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다른 사업은 모두 중단한 채 LH의 1년치 보상비 전액을 3년 동안 광명시흥지구에만 쏟아부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지연이 장기화되자 주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에서는 사업을 조속히 정상화하거나 아무 조건없이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해 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 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지구 지정 이후 3년 넘도록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해 지역 농협지점 등 금융기관에 주민들 명의로 된 대출규모가 6천억원을 넘었지만 사업 정상화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빨리 토지를 수용하고 보상을 해주거나 아예 지구지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광명을)도 지난 5일 광명시흥 보금자리사업 간담회를 열고 “아무리 공익사업이라 해도 주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국토부와 국토위 의원들의 조속한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부지 대폭 축소 검토…그린벨트 환원이 걸림돌

국토부는 LH 자금사정과 주택경기 침체 등을 고려해 광명시흥을 비롯한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부지 면적을 축소하는 이른바 ‘보금자리주택 출구전략’을 짜고 있다.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지난 6월 정상화 방안에서 부지면적을 20∼25%를 줄이기로 했으나 지금은 면적을 대폭 축소해 주택 가구수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부지를 축소할 경우 지구에서 제외된 토지를 다시 그린벨트로 환원하는 문제가 걸림돌이다.

광명시흥지구는 지구지정과 동시에 수십년간 묶여 있던 그린벨트에서 풀린 상태다. 이 상태로 사업부지가 빠진 채 지구지정을 해제할 경우 건축·개발제한 규제 등이 사라져 특혜의 소지가 있고 난개발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 때문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안에서 부지를 제외할 경우 그린벨트로 다시 자동환원하는 조항을 삽입하려 했으나 지역구 의원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제외되는 부지를 그린벨트로 다시 묶는 대신 시가화조정구역 등 도시관리계획으로 묶어 개발계획이 마련될 때까지 행위제한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가화조정구역은 무질서한 개발을 막고 계획적·단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5∼20년 이내로 기간을 정해 건축행위 등을 유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외되는 부지를 시가화조정구역으로 묶을 경우 그린벨트 못지않은 건축제한이 가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사업지연으로 장기간 재산권 행사에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외에도 4·1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하남 감북, 하남 감일,남양주 진건, 서울 고덕강일,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 등 나머지 보금자리지구에서 공공주택 4만여가구를 축소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업부지에서 제외되는 지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지방선거도 앞두고 있는데 제외되는 부지를 시가화조정구역 등으로 다시 묶어 행위제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광명시흥은 차라리 사업 포기를 선언하고 그린벨트는 유지하되 주민들에게 대출 피해액 등을 보상해주는 방안이 나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연태기자/dusxo519@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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