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며 자란 한 사람이 있다.

지금은 체육계의 건강한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지만 결코 예상했던 인생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석·박사 최우수 졸업생, 유명 대학 교수, 경기북부 최대규모의 체대입시학원 운영, 웰케어 코리아 운동처방 서비스회사 설립, 체육복지가 인생 최대의 목표인 인물.

바로 이문열(39)연세대학교 외래교수의 삶이다.

이 교수는 체육 복지가 활성화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생활체육 등 체육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아 등 국내 유명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을때 국민들 역시 삶의 활력을 얻는다며 이 같은 체육을 직접 몸으로 접할 경우 더 큰 성취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체육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삶은 체육 그 자체였다.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던 아이

1975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태어난 이 교수는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됐다.

초등학교 시절, 유난히 몸으로 하는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히 유도를 시작했다.

탁월한 운동신경을 가져서인지 함께 운동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적응이 빨랐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유도엘리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때도 승승장구 했다.

이 교수는 운동뿐만 아니라 학업도 열중했다.

당시 대한민국 학교의 엘리트체육은 학업 보다는 운동에 치중돼 있었다.

때문에 일반 학생들과 달리 수업시간도 적고 자율학습 등은 해당 사항이 전혀 없었다.

이 같은 환경으로 책보다는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는게 학생 선수들의 일반적인 생활이였다.

이 교수는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 운동시간이 끝나면 독서실 등을 찾아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도 계속 이어갔다.

이 교수의 노력은 곧 결과가 됐다.

학교운동부 선수가 전교 1, 2등을 다투는 상황이 벌어졌고 당시 이 교수의 담임선생님은 “운동보다 공부를 하는게 어떠냐”며 권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운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교졸업 후 유도명문 대학인 용인대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용인대학교에 입학 후 유도선수생활을 접었다.

   
 

재능있는 학생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했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대회입상 문턱에서 계속 좌절을 맛봐야 했다.

유도 국가대표를 꿈꾸던 아이는 그렇게 평범한 학생의 길을 걷는 듯 했다.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으며 반대로 공부에 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굳이 운동을 통해 꿈을 못 이루더라도 공부로도 체육계에서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누구나 운동을 하면 해당 종목의 국가대표를 꿈꾸는게 당연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 죠. 체육은 유난히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죠. 정말 재능있는 친구들도 부상 등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전 부상으로 그만둔 건 아니지만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거죠.”



▶대한민국 체육계를 이끌고 싶다.

유도선수를 그만두고 체육전공을 위해 학업에만 몰두했다.

처음에는 고교수준과 확연히 달라진 대학수준의 강의가 어려웠다.

운동을 하면서 뒤쳐진 학업을 금방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폭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대학강의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밤낮으로 도서관과 독서실을 다니며 책과 씨름했다.

노력은 결과를 낳는다고 했던가.

이 교수는 대학입학 후 4년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유도선수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이 생각처럼 쉽게 풀려나갔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 유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외국대학을 알아보고 유학에 필요한 준비를 하나,둘 마무리했다.

하지만 유학은 그냥 생각으로 끝났다.

유학을 준비하던 그해 12월 대학민국에 IMF가 찾아왔다.

금융위기가 대한민국 전역을 덮쳤고 이 교수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유학을 접고 국내 대학원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했다.

당시 청와대에 있던 선배의 도움으로 경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 교수는 대통령선거 기간 이회창 후보의 경호를 맡았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될 경우 이 교수의 인생도 달라질 수 있었다.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죠. 선배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고 말들을 많이 했었죠. 저 역시도 경호일을 본격적으로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도 그냥 생각으로 끝나게 됐죠.”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하면서 경호팀도 해체됐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른 건 몰라도 정치인의 경호를 하면서 눈으로 본 것들이 많았죠. 인생에서 처음으로 지역사회에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까요”

당시 연세대학교 대학원생이던 이 교수는 학비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경호회사를 만들어 후배들과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정도 시간이 지난 뒤 이 경호회사는 문을 닫았다.

“경호회사가 수익을 만들기 굉장히 힘들다는걸 깨달았죠. 경쟁도 심하고 계속 힘든시기를 후배들에게 걷게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문을 닫게 됐죠”

이 교수는 2004년 경호회사 문을 닫고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여전히 학비는 벌어야 했고 그래서 시작한게 체대입시학원이다.



▶경기북부 최대규모 체대입시학원장

학비를 벌기 위해 체대입시학원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무일푼이었다.

대학생활부터 지금까지 모두 무일푼으로 이룬 결과다.

때문에 또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학원운영을 시작했다.

친구들이 운동기구를 구입해줬고 학원을 알리는 전단지 제작은 친한 선배가 맡아줬다.

도배하는 풀을 구해서 그렇게 전단지를 동네 곳곳에 붙여가며 학생들을 모집했다.

“정말 맨땅에 해딩하는 기분이었죠. 나이트클럽 전단지 위에 학원 전단지를 붙였다가 항의전화를 받아 싸우기도 하고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죠. 시청에서 불법전단지를 붙였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내라고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이 생겼죠.”

힘들게 시작한 체대입시학원은 2년여 시간이 흐른뒤 엄청난 성장을 했다.

   
 

이 교수가 체대입시학원을 시작할 당시 의정부지역에는 체대입시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이 7곳이나 됐다.

하지만 2년후 2곳, 그 다음해는 1곳만이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의 ‘연세패밀리’ 체대입시학원만이 유일한 의정부지역의 체대입시학원이다.

대단한 성장이다.

학생들의 대학진학률도 경기북부 최고 진학률을 자랑한다.

규모도 경기북부최대규모로 성장했다.

이 교수는 2008년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석사·박사 최우수 졸업생 중 한명이 이 교수다.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체육인의 삶이 목표

이 교수는 2011년 운동처방 서비스 회사인 웰케어 코리아를 설립했다.

정부가 70%, 경기도와 지자체가 각각 15%의 예산을 부담해 지역민들에게 운동처방 서비스를 운영하는 웰케어 코리아는 찾아가는 운동처방으로 호응이 높다.

안산, 안양, 광명, 서울 노원, 도봉과 강남구에서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체육으로 지역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운동처방 서비스 회사를 설립하게 됐죠. 직접 몸을 이끌고 나와서 운동을 할 수 없는 분들이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운동처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이죠. 하지만 아직도 지자체의 의지가 약해서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점이 많아요.”

이 교수는 현재 특수체육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

바로 장애인 체육이다.

“중랑천변을 걷거나 농구장, 배드민턴장, 축구장 등에서 운동을 하는게 생활체육의 전부가 아니죠. 경제적 부분 등으로 인해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가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그게 바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요?”

이 교수는 2천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의정부풋살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 맡게된 자리다.

이 교수의 이 같은 바람은 그가 보유한 사회복지사 2급,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에서도 느껴진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특수체육은 장애인체육을 말하죠. 언어치료, 미술치료 등은 발달됐지만 특수체육은 인식이 많이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복지와 관련된 체육이 절실하죠. 그래서 제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 교수가 꿈꾸는 사회는 밝았다.

체육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은 분명 대한민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그의 삶이다.

송주현기자/atia@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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