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수차례 항의에도 묵살...밀폐 공간 두려움·공포 등 심리불안 호소
▲ 연합 자료 사진(기사와 관련 없음) |
해양경찰청이 안산 단원고 교과담당 교사 수십명을 학생 시신 확인 작업에 일주일여간 투입시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사고발생 직후 정신적인 충격에 빠져 있는 교사들에게 제자들의 시신을 확인하는 작업을 시킨 셈이다.
시신 작업에 나선 교사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
27일 해양경찰청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 16일 오후부터 인양된 시신에 대한 빠른 신원확인을 위해 안산 단원고 교사들을 상대로 시신을 직접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당시 사고현장을 찾은 안산 단원고 교사 10여명은 진도 팽목항과 병원 등지에서 학생들의 시신이 수습될 때마다 신원확인 작업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당시 신원확인에 나섰던 교사 대부분이 교과 담당 교사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교사들이 시신을 확인하는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담임이 아닌 교사들이 학생들의 얼굴을 모두 알리가 없는데 해경에서 시신확인을 요구했다”며 “교육청에서 회의 때 수차례 항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교사들이 시신확인을 해야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학생들의 시신이 상당수 훼손된 탓에 부모들 조차 신원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당 교사들은 계속해 시신확인에 나서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확인 작업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간 계속돼 왔다.
이 때문에 당시 신원확인 작업에 나섰던 교사 대부분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단원고 교사는 “현장에 있던 일부 교사들은 밀폐된 공간이나 혼자 있는 방, 컴컴한 계단 등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며 “한 교사는 자동차의 백미러조차 볼 수 없을 정도로 심리상태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해경측에서는 빠른 신원확인 작업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만 늘어놓고 있는 상태다.
해경 관계자는 “교사들이 어떻게 시신확인과정에 참여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빠른 신원확인을 위해 그랬던 것 같다”며 “일부 교사들의 경우 실제로 시신을 본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민주·주재한기자/km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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