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부터 근 한 달 가까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피해자 가족들 곁을 묵묵히 지키며 헌신해온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아이들 생각에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울부짖는 부모님들에게 죽을 쑤어 권하다 함께 부여잡고 눈물짓던 가슴 따뜻한 자원봉사자. 곁에 바짝 다가와 권하는 정성에 한술 뜬다던 가족들이 그나마 믿고 의지하던 이들도 바로 자원봉사자였다.

특히 진도군의 군민과 자원봉사자 분들은 초유의 사고로 마을이 뒤숭숭하고 어려운데도 불평하거나 싫은 내색 하나 없이 한마음으로 도와주셨다. 참으로 훌륭한 분들이고 자랑스러운 인심이다.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봉사단체, 기업봉사단, 종교단체에서도 한걸음에 달려와 서로 거들며 위기 극복에 함께해주셨다. 직장인도 휴가를 내고 오셨는가 하면, 후배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학생 등 젊은 청년들의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본인의 고귀한 생명을 바친 고 박지영씨의 모교인 수원대와 수원과학대에서는 지속적인 자원봉사단을 파견하여 고인의 뜻을 기렸다. 피 끓는 청년들이 실의에 잠겨있는 가족을 도울 수 있다면 청소나 허드렛일이라도 마다않고 하겠으니 뭐든 시켜만 달라고 했다.

전남자원봉사센터에는 자원봉사 문의와 신청 전화로 다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하루 평균 천 3백여 명, 주말에는 2천명이 넘게 찾아와 진도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 타운이 형성되었다.

안산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자 안산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자원봉사자 신청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신청 순서대로 일정을 잡아드리다 보니 며칠을 기다리던 분이 얼른 해달라고 역정을 낼 정도로 이웃의 어려움에 함께하는 의지가 높았다.

합동분향소 안팎으로 조문객을 안내하고 청소와 정리정돈은 물론,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과 돌봄, 의료 지원과 심리상담, 개인택시기사들의 운송 지원, 밥차 운영, 커피와 생수 서비스, 근조리본 정리 등 실로 자원봉사자 없이는 분향소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실제 생생하게 보이는 현장이었다.

안산시자원봉사센터가 일사불란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진도 현장으로 매일 자원봉사자를 파견하면서도 합동분향소 운영도 빈틈없이 하고 있다. 먼 거리인 진도와 안산 두 곳에 밥차를 운영하며 자원봉사자 지원을 훌륭히 수행하는 점은 무엇보다 칭찬 드리고 싶다.

수원 연화장에서는 5월 12일까지 193명의 희생자 화장이 진행되었는데,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소속 봉사자들이 큰 수고를 해주셨다. 특히 해병전우회에서 교통 안내와 운구 지원을 맡아 주셔서 마지막 가는 길에 큰 위안이 되었다.

자원봉사가 아무리 자발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는 하나 원칙과 체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사실 진도에는 너무나 많은 자원봉사자가 한꺼번에 몰려 제대로 된 지휘 체계 없이 각자 알아서 하는 식이었다.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와 주시는 것이 맞다. 그래야지 적정한 인력을 적절한 시점에 배치하여 효율적인 운영이 될 것이다.

나는 초반에 이틀간 진도에 머물면서 전국의 자원봉사센터들이 진도로 달려오겠다는 것을 설득하느라고 애를 먹었다. 모 방송에서 자원봉사자가 모자란다는 내용이 나와서 급히 방송국 담당자한테 정정 방송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인정 많고 남 어려운 거 못 보는 우리 국민들 몰려오면 편도 1차로 좁은 진도 길은 몸살을 앓을 테고, 정작 중요한 응급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자 지원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보내주셔야 하는데, 각자 알아서 보내다보니 중복 물품이 많아 창고에 수북이 쌓였다. 3만 박스가 넘었다고 한다. 모금 기관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점과 재정비는 국가적 과제다. 우리도 자원봉사의 효율적 관리라는 중요한 과제를 절감하게 되었다. 아낌없는 사랑, 열정과 헌신의 자원봉사자님들께 진정어린 감사를 드린다. 실종된 분들이 하루 속히 가족 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빈다.

김순택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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