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요구 들어줘서 고맙다..여러분이 최고 청백리" 격려

   
 

“행복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청백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위대한 경기도와 깨끗한 여러분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2일 오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도북부청사 2층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월례조회에서 남긴 퇴임사의 몇 대목이다. 이날 월례조회는 김 지사가 임기중 마지막으로 주재하는 조회였다. 경기도지사가 소속 공무원을 모아놓고 강연식으로 진행하는 월례조회는 통상 새로운 달이 시작되는 평일 첫날에 열린다. 예정대로라면 다음달 월례조회는 7월 1일 열린다. 김 지사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김 지사는 별도의 퇴임식을 갖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남긴 말이 지난 8년간 동고동락한 공무원들에게 남기는 퇴임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김 지사가 8년 전 밥퍼 봉사로 직무를 시작했던 것처럼, 소외된 이웃에게 밥을 나눠주는 배식 봉사로 임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면서 “별도의 퇴임식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김 지사가 남긴 말은 사실상의 퇴임사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연단에 선 김 지사는 자신이 미리 준비한 A4용지 1쪽 분량의 퇴임사를 읽어내려갔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장수 경기도지사’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그는 618자에 불과한 퇴임사에 8년의 세월을 압축해서 담아냈다.

“여러분은 힘드셨지요? 청렴영생 부패즉사! 듣기만 해도 밥맛 떨어졌죠? 119전화로 관등성명을 요구한 저를 보고 당황하셨습니까? 365일 24시간 언제나 민원실, 지겨우셨지요? 찾아가는 민원버스! 노점행상 같아 서글픈 생각도 드셨지요? 무한돌봄, 끝없는 사랑과 헌신을 요구한 제가 원망스럽기도 하셨죠?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 를 외치는 제가 무슨 전도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셨지요? 그러나 경기도 공무원 여러분은 이 별난 김문수의 요구를 묵묵히 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갖가지 어려운 일을 시키고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다.

“지난 8년간 저는 행복했습니다”라고 할때는 북바치는 감정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남긴 마지막 말은 통일이었다. “조국의 허리를 가로지른 철조망을 걷어내고 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때까지우리 함께 나아갑시다.”

김만구기자/prim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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