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5세 이상 80여명의 여성 수원시민으로 구성된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이 '제8회 2014 세계합창올림픽(Choir Olympics)'에서 시니어 부분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합창올림픽은 2년마다 진행되는 세계규모의 행사로 이번에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열려 100여개 국가, 2만7천여명이 참여했다. 올해 처음 생긴 시니어 부분은 35개 팀이 경쟁했다.

 이같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만들어진지 단 2년6개월이 된,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음악 전공자들도 전혀 없는 순수 아마추어들로만 구성된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같은 기적은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을 창설하고 지금까지 지휘를 맏고 있는 송흥섭(56) 지휘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이번 합창올림픽에서 각 부분별로 단 한 명에게 주어지는 시니어 부분 최고 지휘자상도 수상했다.

 송 지휘자와 실버합창단과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그는 실버합창단의 전신인 수원여성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이가 많아 더이상 수원여성합창단에 활동을 하지 못하는 단원들이 안타까워 진옥순 수원여성합창단장, 최득남 고문과 함께 만 55세 이상으로 구성된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을 만들었다.

 송 지휘자는 "수년간 열심히 활동하던 어머님들이 나이 때문에 합창활동을 중단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이들을 위한 합창단을 만들고 싶었고 현재는 8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합창단은 50대 초반부터 72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 단원 중 음악을 전공했던 사람은 총무를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 수원시민들로 구성됐다.

 송 지휘자는 아마추어로 구성된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의 우승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공자들은 단 한 명도 없는 41명의 여성 수원 시민들이 북유럽으로 가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1등을 수상했다"며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믿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원시는 물론 단 한 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았다. 단원들이 자비를 들여 대회에 참석했다"며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의, 열정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지휘자는 수원여성실버합창단이 수원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기 때문에 열정이 남다르다며 뿌듯해 하는 한편, 주변 환경은 열악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매주 수요일 창문 하나 없는 영통구청 중회의실을 빌려서 연습을 하고 있다"며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한 대로, 공무원들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문을 닫은 채 노래를 부르다보니 찜통"이라고 말했다.

 송 지휘자는 악보대 조차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며 아무런 지원도 없어 피아노를 단원들이 돈을 모아 직접 구입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주변 환경이 제일 안타깝다며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만이라도 시나 도에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실버합창단은 오는 9월30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합창올림픽 우승 기념 및 제3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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