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뻬 결승 정진선(화성시청) 대 박경두(해남군청)의 경기에서 정진선이 승리한 뒤 감격해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이 이틀 연속 남녀개인전 금메달을 휩쓸며 금맥을 터트렸다.

정진선(화성시청)과 이라진(인천중구청)은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와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박경두(해남군청)와 김지연(익산시청)을 각각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첫 날 쾌조의 출발을 보인 한국은 21일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전희숙(서울시청)이 각각 정상에 오르며 이틀 동안 열린 남녀 개인전 4종목을 모두 석권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0년 광저우 대회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설정했다.

광저우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당시 여자 에페를 제외한 개인전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쓴 한국은 단체전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두터운 선수층에 밀려 금메달 6개 중 2개를 가져왔다.

그 때문에 한국은 4년의 준비기간 동안 금메달 레이스의 물꼬를 터줄 ‘에이스’를 필두로 단체전에서 뒤를 받칠 다른 선수들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많은 투자를 해왔다.

당장 효과를 본 것이 바로 이라진이다.

그간 주로 단체전에서만 시상대에 오르곤 했던 이라진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지연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 2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결승 김지연(익산시청) 대 이라진(오른쪽, 인천 중구청)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라진이 김지연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상하이아시아펜싱선수권 결승과 올해 수원아시아펜싱선수권 3~4위전에서 김지연에 번번이 승리를 내줬던 이라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앞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라진은 “결승에서 지연 언니와 맞붙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얘기해왔지만 막상 결승전에 들어설 때는 긴장도 됐다”며 “지연 언니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이길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라진은 금메달의 원동력으로 대표팀의 훈련량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훈련량이 무척 많아 소화하기가 힘들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덕분에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사이클 훈련과 스텝 훈련이 가장 고된 훈련인데 고비를 넘기고 견뎌온 것이 특히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로 대표팀 11년 차인 남자 펜싱 에페의 ‘맏형’ 정진선은 먼 길을 돌아온 끝에 마침내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랐다.

2004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정진선은 2005년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8년까지 여러 국제 대회에서 정상권에 진입해 기대치를 키워갔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강전에서 복병을 만나 주저앉았고 이듬해 랭킹이 96위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쳤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회복세를 보인 정진선은 2012년 아시아펜싱선수권대회 개인 1위에 이어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펜싱 코리아’의 명성을 떨쳤다.

기복없는 꾸준함이 강점인 정진선은 2013년 레냐노 월드컵 개인 3위, 지난 7월 아시아펜싱선수권 단체 1위 등을 잇달아 차지하며 검 끝을 날카롭게 갈고 닦아왔다.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선 정진선은 “훈련을 정말 많이 해서 힘들었다. 그래서 울컥했지만 고참이라 눈물을 보일 수는 없어서 참았다”며 “광저우와 도하 대회 때는 결과가 다소 아쉬웠는데 다시 기회가 찾아와 금메달을 따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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