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지음 | 열린책들 | 196페이지

   
▲ 푸른수염

프랑스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푸른 수염’이 출간됐다.

이 작품은 노통브의 스무 번째 소설로, 노통브 데뷔 20주년과 맞물려 문학계의 집중 관심을 받았으며 프랑스 문학계에서는 이 작품을 두고 ‘노통브가 완벽한 경지에 올랐다’고 평했다.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노통브 특유의 빈틈없는 문체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원작 푸른 수염은 여러 번 결혼해 아내들을 차례로 살해하는 엽기적인 남편의 이야기다.

주인곤 푸른 수염은 도시와 시골에 저택을 여러 채 지녔고 순금 마차를 여러 대 소유한 엄청난 부자다. 하지만 불행히도 수염이 푸른색이라서 보기 싫고 섬뜩한 느낌을 주는 까닭에 여자들은 그를 보기만 해도 다 도망쳐버렸다. 그런데 어머니를 통해 푸른 수염의 청혼을 받은 자매 중 동생은 그의 저택 파티에 초대받아 신나게 놀다가, 푸른 수염이 첫인상과는 달리 아주 좋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결혼한 뒤 몇 달 만에 푸른 수염은 중요한 일로 집을 비우게 된다. 길을 떠나기 전에 아내에게 열쇠들을 맡기며 그는 보물과 값진 가구와 식기들이 들어 있는 여러 방을 다 열어보아도 좋지만 복도 끝에 있는 마지막 방만은 열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그 방을 열어본 아내는 줄줄이 매달린 여자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금지된 방을 열어보았다는 이유로 푸른 수염이 죽인 그의 예전 아내들이었고, 결국 아내 또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 아멜리 노통브

엽기적인 내용과 결말은 여성의 호기심과 불복종을 길들이기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여자들은 호기심이 많아 언제나 중요한 일을 그르치니, 남자가 알려주는 것 이상을 알려고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알리기 위해 쓰여졌다.

샤를 페로의 동화 속 푸른 수염은 노통브의 작품에서 황금과 중세 사상에 사로잡힌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로 변모했다. 그리고 푸른 수염의 젊은 아내는 영리하고 아름다운 벨기에 여자, 사튀르닌으로 부활했다.

푸른 수염을 왜 다시 쓰려 했냐는 질문에 노통브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로, 나는 늘 푸른 수염이라는 캐릭터에 사로잡혀 있었다. 푸른 수염은 살인자이기 전에, 비밀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지녔을 뿐이다.”

독자들은 이미 제목에서부터 이 소설이 샤를 페로의 동화 푸른 수염의 변주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노통브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구나 결말을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가 어떻게 이토록 흥미진진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서사적 흐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노통브 특유의 비유, 위트와 냉소적 유머가 십분 발휘된 문장들이 소설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한다. 특히 두 남녀가 서로를 탐색하며 벌이는 언어적 공방전은 통통 튀는 핑퐁 게임과도 같다.

돈 엘레미리오가 직접 지어 선물한, 황금빛 치마 안감의 우아한 노란빛을 보고 그를 믿기로 결심했노라고 말하는 사튀르닌에게 돈 엘레미리오가 “노란색은 클레브 공작 부인의 색이며, 당신도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대꾸하는 식이다.

노통브가 천연덕스럽게 던져 대는 대사들은 문학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 나는 박자를 이어 나간다. 그 박자를 따라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결말이 독자들을 맞이한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