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중심병원 선정 기념식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이근)이 ‘핵심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국내 연구중심병원 선두주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을 포함 국내 10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했다. 복지부는 이중 가장 핵심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난 1일 가천대 길병원 등 3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육성 R&D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했다. 이들 3개 병원은 2023년까지 400억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가천대 길병원은 연구 집중분야로 대사성질환 및 뇌질환 등 2개 분야를 선정해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사성질환 분야에서는 당뇨, 비만을 중심으로 혁신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뇌질환 분야에서는 융복합 영상진단기기 (MRI, PET) 개발 및 뇌졸중, 알츠하이머, 파킨슨 조기 진단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육성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류마티스 관절염 주사약 등 신약 개발 기술료 수입으로 매년 6천300만 달러(약 700억원)를 벌어 들인다.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사선 암치료기인 ‘사이버나이프’는 미국 스탠포드대학병원이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 병원 모두 연간 수천억원을 연구비로 쓴다. 연구중심병원은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결과물을 수익 창출로 연결시킨다. 병원 수익의 95%를 진료에서 충당하는 국내 현실과 확연히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국내 연구중심병원을 국가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 산업으로 육성하는 이유다.

   
▲ 암당뇨연구원

▶연구중심병원의 중심은 ‘환자’

연구중심병원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역량 관리가 필수다.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 김광원 연구원장은 “연구중심병원 중심은 환자”라고 강조했다. 치매, 뇌졸중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신기술을 개발,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목표라는 점에서는 결국 ‘연구중심병원’은 ‘환자중심’의 병원”이라는 설명이다. 길병원은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대사성질환과 뇌질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유전체의학연구원’을 개원할 계획이다.

▶선정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

가천대 길병원은 10년 전부터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설립 연구중심병원으로의 체질개선을 준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지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도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3월 시행된 1차년도에 대한 평가에서 10개 병원 중 상위 30% 이내에 포함돼 명실상부한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 성과는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왕립병원에 뇌과학연구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한-사우디 의료쌍둥이 프로젝트’로 최종 계약만 남았다. 최철수 연구기획단장은 “중동 지역에 첨단 의료산업이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병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병원이 개발한 암 조기진단용 MRI조영제 기술을 대웅제약에 이전하는 성과도 이뤄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26일 대웅제약과 공동연구 양해각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MRI조영제는 1년내 식약처 IND 승인을 받아 2년 내에 임상 1상 시험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특히 가천대 부설 연구소인 뇌과학연구원, 암당뇨연구원 등 최첨단 연구시설자원을 지난 1년간 71건을 개방해 산학연병 공동연구들과 연계한 연구자원 개방(오픈이노베이션) 및 지원활동 분야에서 수익창출 기반을 마련했다.

   
▲ 뇌과학연구소

▶투자 결실―뇌과학연구원과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대 길병원이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위와 같은 가시적인 성과물을 도출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 연구에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덕분이다.

이길여 회장은 2004년 뇌과학연구원(당시 뇌과학연구소) 설립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 4번째로 연구용 7.0T MRI를 설치했다. 장비 설치 및 인재 확보, 연구소 설립 등에 약 640억원을 투자했다. 주변에서 “당장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큰 돈을 연구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이길여 회장은 “연구에서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투자시기를 놓치면 결국 다른 나라를 뒤쫓게 된다”는 신념으로 연구소 설립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후에도 2007년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2008년 암당뇨연구원 등 기초의과학연구에 필요한 교육시설과 연구소, 연구원을 차례로 확보했다. 이들 3대 연구소는 2008년 WCU(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뇌과학연구원은 아시아 유일의 ‘HRRT-PET’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초정밀 뇌신경지도를 제작하는 등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암당뇨연구원 역시 아시아 최초의 마우스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세계 5번째 인간게놈분석을 내놓는 등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송도 BRC 조성사업, 다가올 10년 전망 밝아

가천대 길병원은뇌질환과 대사성 질환 분야에서 향후 2020년까지 세계 톱10 수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길병원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바이오, 기초의과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동시에 연구-진료-산업을 연결하는 메디컬클러스터가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길병원은 지난 2009년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중심에 ‘바이오 연구 콤플렉스(BRC: Bio Research Complex)’를 설립했다. 인천시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이 사업은 IBM 등 해외 연구소와 공동 연구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향후 BRC는 자체 연구기능 뿐 아니라 연구중심병원의 가장 큰 동력될 전망이다. 진료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뇌과학연구원, 암당뇨연구원과 같은 연구소를 통해 연구, 개발하고 이것을 제품화 할 수 있는 산업 생산 기지의 역할을 BRC가 맡게 된다.

가천대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을 때 과감히 투자한 결과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고, 세계 일류의 미래지향적 병원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환자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성과물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이근 가천대학교 길병원 원장

[인터뷰] 이근 가천대학교 길병원 원장 "대사성질환·뇌질환 핵심 연구 주력"

“10년 전 불황으로 수익이 떨어지자 모든 대학병원들이 병상을 늘렸어요. 저희 사정도 다를게 없었지만 이길여 회장님은 연구시설에 집중 투자를 결정하셨죠.”

가천대 길병원 이근 병원장은 “10년 전 연구·개발만이 병원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란 이길여 회장님의 판단이 ‘국가 핵심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0여년 동안 연구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결과 지난해 전국 10개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1일에는 가천대 길병원을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병원 등 3개 병원이 ‘핵심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쾌거를 이뤄냈다.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유수한 대학병원들을 제치고 ‘핵심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원장은 “그동안 난치병 신약, 의료기기, 장비 등 의료 전부야에 이르는 연구를 집적화하는데 주력했다”며 “지금은 세계적인 첨단장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외국에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당뇨나 비만 치료약이 많다는 것은 특효약이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난치성 질병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원장은 “비만과 당뇨로부터 시작되는 대사성질환이 암 등 각종 질환을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혁신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뇌질환 분야에선 국내에서 가천대 길병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선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길병원이 연구 집중분야로 대사성질환과 뇌질환을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10년 전 뇌과학연구원을 설립한 이후 640억원을 들여 기초연구에 몰두한 결과 치료제, 의료기기를 상품화하고 실제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의료기기인 PET는 인체 크기에 따라 영상 인식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점을 개선해 길병원이 개발한 ZOOM―PET 장비는 인체 크기와 상관없이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다.

이 원장은 “PET 외에도 세계 4번째로 보유한 7.0T MRI의 핵심인 코일 성능을 개선했다”며 “현재 정부와 공동으로 기존제품을 한 차원 향상시킨 11.7T MRI 개발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BRC연구단지 내에 제조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천대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 중 선두주자로 나서기까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지만 초기만 해도 연구를 위해선 임상 의사들이 진료 시간을 줄여야 했고, 재정을 고려하면 임상진료 시간을 늘려야 하는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가천대 길병원 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개발 내용들은 조기에 실현가능한 것들”이라며 “의료와 산업이 융합하는 모범적 사례로 정부도 정책에 합당한 프로젝트로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도신도시 BRC(바이오 연구 콤플렉스)에 대해 이근 원장은 “연구와 생산시설을 갖춘 메디클러스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의료진과 제약회사 등과의 접근성이 높아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프라 구축으로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jinair2000@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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