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의 본질은 건드리지도 않은 사과광고, 비판여론 부채질"

   
▲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의 모습. 연합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 회사 내부의 조직적인 거짓 진술 강요, 증거 인멸 등 위법행위로까지 비화하면서 사안 자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16일 각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대문짝만 하게 냈다. '국민에게 큰 상처를 줬으며 질책을 가슴에 새겨 환골탈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사과문을 놓고 대한항공이 아직도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컨설팅업체인 휴먼솔루션그룹의 최철규 대표는 ""사과의 주체도, 대상도 명확하지 않고 피해당한 사람에 대한 감정적 공감이 빠져 있어 진짜 사과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사과문을 발표할 때 지킬 'CAP' 원칙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A'(Action) 즉,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조처를 할지에 초점을 맞추는가 하는 부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나머지 C(Care and Concern)와 P(Prevention)는 각각 고통받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과 재발방지 약속이다.

 최 대표는 "잘못된 사과문을 보면 A는 빠지고 C만 들어가는데 대한항공의 사과 광고가 그렇다"면서 "A가 있어야 뭔가 제대로 달라지겠구나 이런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이날 사과 광고에 대해 "괜히 돈만 낭비하고역효과만 나는 것 같다"면서 "아직도 (대한항공 측이) 잘못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조양호 회장 등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거짓진술 강요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 데 대해 "진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사과하는 게 좋지만 회장이 사과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 측이 미봉책으로만 해결하려다 보니 해결되는 부분은 없고구설수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대표는 "투명하고 솔직하면 손해 볼 것 같지만 길게 보면 리스크를 줄인다"면서 "성수대교가 붕괴돼 수십명이 죽었을 때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끊어진 다리에 가서 미안하다고 하니 '나쁜 인간은 아니구나'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거짓말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너무 커졌다"면서 "다리 끊겨 수십명이 죽었는데도 동아건설의 최 회장이 구속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땅콩 한봉지 때문에 오너의 딸이 구속될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대한항공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있을 수 없는 난동에 이를 숨기고 모든 걸 직원에게 떠넘긴 황당한 사과문을 내놨으며 직원을 회유하고 협박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회장이 경직된 조직문화가 문제라는데 오너 문화가 제일 문제지 않느냐"면서 "오늘 나온 사과광고가 백미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언급도 없다. 솔직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면 빨리 끝날 일을 지금까지도 부인하고 엉터리로 사과로 흐지부지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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