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靑만찬 소외 연장'?…김무성 헤드테이블서 어정쩡

   
▲ 박근혜 대통령과 5부 요인, 정관계,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덕담하고 있다. 연합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는 집권여당 대표와 제1야당의 수장 위치가 잠시 뒤바뀐 듯한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두 달여만에 만나 헤드테이블에서 대화의 웃음 꽃을 피웠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화의 중심에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던 것.

 으레 청와대의 신년인사회에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신경전'의 강도를 살피며 한해 정국기상도를 점치기 마련이나, 이번에는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표정과 대화에 시선이 쏠렸다.

 지난해 대선승리 2주년에 박 대통령이 '성골'격인 친박의원들만 초청해 청와대 관저에서 식사를 하면서 김 대표를 쏙 빼놓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설상가상으로 새누리당내 친박계 의원들이 세밑에 대규모 송별모임을 하면서 김 대표를 작심비판한 뒤에 마련된 만남이어서다.

 그래선인지 이날 김 대표는 행사장에 들어선 이후부터 어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김 대표는 헤드테이블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홀로 앉아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거나 혼자 선 채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김 대표가 앉은 헤드테이블에는 인사를 하러 찾아가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다. 그나마 정갑윤 국회 부의장이 김 대표에게 자주 말을 거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완구 원내대표 등 대표적 친박 인사들이 자리한 헤드테이블 바로 옆테이블에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한 신년 하례인사들로 북적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모두 발언에서 간단한 덕담을 건넨 것 외에는 대화 자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주로 박 대통령과 문 위원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경청하는 편이었고 일부 이를 거드는 정도에 그쳤다고 복수의 배석자들은 분위기를 전했다. 별도의 독대도 없었다.

 김 대표는 행사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이어 6명이 돌아가며 공개 덕담을 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고 분위기를 짧게 설명했다.

 인사회가 끝난 후에는 박 대통령과 문 위원장이 악수를 주고받고 헤어졌지만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던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그냥 지나칠 뻔 해 뒤늦게 돌아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 때도 둘 사이에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고 한다.

 반면 야당 대표인 문희상 위원장은 특유의 '자학개그'와 덕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을 주도했다.

 지난해 신년인사회에서 당시 민주통합당 김한길 전 대표가 '경제민주화 후퇴'와'정치 실종'을 지적한데 이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을 촉구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는 등 박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적 발언을 쏟아냈지만 올해는 그런 험악한 분위기는 없었다.

 "존경하는 문희상 위원장님 복 두 배로 더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라며 덕담을 마무리한 김무성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문 위원장은 "제가 뒤태가 좀 시원치 않아서 옆으로 섰다. 배가 그렇지 않아도 복이 많아 나와있는데 '복복이'가 되는 심정"이라며 스스로 망가지며 좌중을 웃겼다.

 또 "(여기 참석한 분들이) 다 정상급"이라며 "그런데 저만 비정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왔기에 송구스럽기 그지 없는데, 특히 헌법재판소장께서 '을미적 거리다 병신된다'(을미년 다음 해인 병신년을 빗댄 농담)고 해서 잘못했다가 병신되는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같다"고 특유의 입심을 과시했다.

 이어 갑오년에서 을미년으로 바뀐 것을 상시키면서 "그러나 분명한 건 갑은 가고 을은 왔다는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공개 발언 가운데 그나마 '언중유골'성으로 보이는 것은 이와 같은 갑을 문제에대한 언급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불개념, 갈등, 또 격차 이런 문제가 우리 앞에 있다" 정도에 불과했다.

 문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지난해 김한길 전 대표의 발언에 비하면 상당히 부드러운 수준으로 '쓴소리'를 자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문 위원장은 덕담 이후에도 박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아 15분 가량 둘이서 대화를 주도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남북이 모처럼 기회인데 딱 잡아야 한다. 이번엔 꼭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언급을 계기로 적극 응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하려면 나를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 5·24 조치만 해제하라고 하면 협상이 되겠느냐"라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자, 문 위원장은 "안보문제에 관해선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그것도 대화를 해야 풀어진다"라며 남북대화를 통한 해결을 재차 당부했다.

 아울러 "(대통령 임기) 3차년도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문제는 물론 청와대와 내각을 포함한 완전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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