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굵직한 연기를 선보였던 하정우가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허삼관’을 들고 14일 감독으로 돌아왔다.

사실 하정우가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대만큼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자아비판 등 중국 현대사를 담은 소설을 어떻게 영화화 했냐가 관건이었다. 하정우는 이런 우려를 마치 비웃듯이 완벽하게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제대로 각색했다.

하정우의 첫 장편연출작 ‘허삼관’은 1950~1960년대 충남 공주를 배경으로 한다. 허삼관(하정우)은 마을에서 제일가는 절세미녀 허옥란(하지원)에게 반하고 자신의 피를 팔아(매혈) 그 돈으로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한다. 결국 허삼관은 허옥란과 결혼에 성공해 삼형제를 낳는다. 그렇게 11년이 지난 어느 날 허삼관은 첫째 일락이(남다름)가 자신의 아들이 아님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영화는 소설의 방대한 스토리와 자칫 애매해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삭제하고 아버지 허삼관과 첫째 아들 일락이의 관계에 집중했다. 덕분에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휴머니즘이 더욱 강조됐다. 또한 위화 특유의 해학과 하정우식의 해학이 더해져 평범한 소시민의 애환을 익살스럽게 껴안았다.

영화와 소설 모두에서 매혈(피를 파는 행위)은 중요한 소재다.

영화 속 매혈 한 번 못해본 남자에게는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는 대사처럼 매혈은 건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허삼관에게 매혈은 그와 가족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생존 수단이다.

또한 영화 초반과 후반에서 매혈은 코미디와 드라마의 최극점을 찍으며 대조적인 형태를 보인다.

극 초반 피를 맑게 하기 위해 물을 다섯 바가지는 먹는 것은 기본, 매혈 후 영양 보충을 위해 피순대, 간을 먹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반면 극 후반 매혈은 친아들로 품은 양자 일락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매혈하는 아버지 허삼관의 모습이 비쳐져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복진기자/bo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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