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순수함! 동화구연은 ‘순수성’ 토대 닦아주는 인성교육이지요!”

이금옥(72·여)씨. 용인시 수지도서관의 ‘이야기 할머니’로 잘 알려진 분이다. 이씨는 “오로지 감사하며,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는 자세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의 나눠야 한다는 자세는 교사로 일하며 이웃에 대한 겸손과 배려를 늘 강조하던 모친의 영향이 크다.

이씨는 경기도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2002년부터 이씨 부부는 용인시에 정착했다. 당시 이씨에게는 퇴직을 앞두고 퇴직 준비기간이 세달 주어졌다. 어느날 이씨는 수지도서관에 전화해 “책 읽어주는 일을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2006년 8월이었다. 여직원은 반색하며 말했다. “어서 나오세요!” 이금옥 씨가 수지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이야기 할머니로 봉사의 삶을 시작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씨는 이후 5년간 어린이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수지도서관 동화구연가로 활약했다. 근처의 어린이집, 병원, 다문화가정에도 찾아갔다. 엄마팬클럽이 생겼다. 이씨는 어머니들에게 동화구연을 배우라고 미션을 줬다. 그랬더니 어머니들이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2011년 수지도서관 동화구연 지도사 과정이 생겼다. 현재까지 도서관 명강좌 중의 하나로 지속되고 있다. 올해에도 11월까지 화요일과 목요일에 2개 반이 운영된다. 2급(중·고급)과정, 3급(초급) 과정이다.

이씨의 강의는 단순히 읽는 법만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아이들이 책을 소중히 안게 하는 법,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선정하는 법, 복식호흡, 낭독법, 아동문학과 아동심리 등을 고루 가르친다. 이씨 자신도 동화 공부를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

이씨는 ‘동화사랑’ 시니어아카데미 회장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용인시 도서관 운영위원회 위원장, 한국그림책 문화협회 심사위원 등을 하고 있다.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맑고 고운 목소리, 발랄함과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은 엄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씨의 지론이다. 그래서 이씨가 아이와 엄마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동화는 대한민국 최고의 동화작가로 알려진 권정생(1937~2007) 작가의 책이라고 한다. 이씨는 “권 작가의 책은 순수하고 맑은 심성이 가득한 책”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4~5세 아이들에게 ‘백설공주’, ‘신데렐라’, ‘빨간 모자’ 같은 서양 전래동화는 읽어주지 말라고 강조한다. 공주와 왕자 이야기, 늑대의 배를 가르는 이야기 등에는 이기심과 잔혹함 등도 많이 담겨있다는게 이씨의 생각이다.

이씨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은 아이가 조금 더 자랐을 때 스스로 소화가 가능할 때 접해야 할 책입니다. 어린이가 처음 만나는 책은 꿈과 희망을 담은 책이어야 합니다. 평생 순수성을 간직하고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동화구연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순수함입니다”라고 말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숨소리도 죽여가며 이씨의 이야기에 빠져들던 아이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동화구연지도사 과정에서만 4년간 1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그 가운데 70여명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도사가 된 수강생들은 용인지역의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 곳곳에서 동화구연 재능기부를 확산시키고 있다. 재능나눔 선순환 구조가 뿌리내린 것이다.

이씨를 보고 한 인간의 노력만으로 황야를 녹색 산림으로 바꾼 이야기책,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떠올랐다.

정찬성·천진철기자/ccs123@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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