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색과 황금색 물결이 비단 이불처럼 드넓게 펼쳐져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출렁거린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원색의 꽃 향연. 그 선명한 화사함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튤립의 계절이 왔다. 알다시피 튤립은 유럽의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대표꽃. '튤립' 하면 '네덜란드', '네덜란드' 하면 '튤립'이 절로 떠오른다. 튤립은 풍차와 더불어 네덜란드의 대명사다.

국내의 대표적 튤립축제의 고장은 전남 신안과 충남 태안. 이들 지역은 각각 8회째와 4회째 튤립축제를 이달 중순부터 개최한다. 둘 다 바다를 끼고 있고, 이름 또한 닮은 점이 있어 묘한 인연을 느끼게 한다. 한국의 네덜란드라고나 할까?

현존 튤립축제로 가장 역사가 깊은 신안튤립축제. 2008년에 시작해 매년 4월이면 방문객들의 눈을 황홀케 했다. 올해 기간은 17일부터 26일까지. 주제는 '바다와 모래 그리고 튤립의 대향연'으로 잡았다.

이곳 임자도에 가면 무려 12km에 이르는 백사장 대광해변과 튤립공원에서 원색의 물결을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 100만 송이 튤립이 해변을 따라 넘실거리며 봄의 찬가를 부르는 것.

더불어 수변정원과 동물농장, 소나무 숲길, 인공연못 등지를 돌아볼 수 있으며 '신안 새우란 전시회', 튤립과 유채꽃밭 승마체험 등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관련 홈페이지는 'http://www.shinantulip.co.kr'.

   
 

태안튤립축제도 바다를 주제에 넣어 '꽃과 바다 그리고 빛'으로 했다. 역시 오는 17일 개막해 내달 10일까지 태안군 남면 신온리 네이처월드에서 펼쳐진다. 태안튤립축제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접근이 쉬워 한결 많은 이가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축제기간이 신안보다 긴 이유는 튤립을 같은 자리에 한 번 더 심는 네덜란드의 선진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 덕분에 개화기간이 10일 이상 연장돼 더 많은 관람객에게 튤립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각종 화훼전시, 체험행사가 마련되고 초대가수 등의 공연도 펼쳐져 관객과 함께 어울림의 무대를 갖게 한다. 단순히 꽃만 구경하는 축제에서 벗어나 백합을 포함한 각종 화훼 전시회와 가족단위 체험행사가 연일 이어져 즐거움을 배가하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연중 펼쳐지는 태안빛축제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관련 홈페이지는 'http://www.ffestival.co.kr'.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영원한 애정'. 하지만 그 내력이 담긴 전설을 들어보노라면 꽃이 그저 곱다기보다는 애잔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 남자의 청혼으로 고민하던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반의 짐작과 달리 튤립은 원산지가 네덜란드가 아니라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그 본향은 아시아와 유럽의 징검다리인 터키로 알려졌다. 16세기 후반 유럽 전역으로 퍼져 오늘날에는 네덜란드의 대표꽃이 돼 있다는 것.

이 튤립이 21세기 한반도 바닷가에 '상륙'해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이 봄을 노래한다. 축제장은 그 화려한 공연무대인 셈.

이밖의 튤립 축제로는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 튤립축제(3월 20일-4월 26일)와 경남 남해의 미조 튤립축제(3일-19일), 울산대공원 튤립축제(11일-12일) 등이 있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