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아티스트, 서울 망원동 지하작업실에서 우주정복을 꿈꾸는 아티스트가 있다. 송호준은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1억 원의 발사 비용을 마련, DIY(do it yourself)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쏘아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티셔츠는 도통 팔리지 않고, 발사 일정은 거듭 연기된다.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까지 돌파해야 하는 인공위성 DIY 작업 과정에 세계가 주목하는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점차 무모한 도전이 되어 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 송호준은 실제 인물이며 2008년부터 연구 개발에 착수해 2013년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실제로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2011년 6월21일 송호준이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인공위성 솔루션 회사인 노바나노(NovaNano)와 인공위성 발사에 관한 가계약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2013년 4월1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 위치한 바이코누르코스모드롬에서 소유즈 로켓을 통해 마침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

그런데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 5년여에 걸친 송호준의 인공위성 제작기를 모두 다루지 않고 후반 2년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그가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지(티셔츠 만장 팔기 등)를 소개한다. 그런데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로켓 발사일이 다가올수록 이야기는 점점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개 개인이 어떻게 인공위성을 쏘겠냐며 국가기관이 반대할 거고, 과학계에서 들고일어날 것이다”라는 송호준의 예측은 하나같이 빗나가고, 오직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돈과 기술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자본주의의 물신만능주의 사회에서는 꿈과 희망을 좇는 데도 돈이 든다는 것이다. 송호준의 인공위성 제작 분투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꿈과 희망’의 가치는 이상적으로 너무 부풀려져 있거나 혹은 오직 돈으로만 귀결되게끔 망가져 있진 않은지 생각하게 한다. 결국 오늘날의 예술가에게는 일상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상을 꿈꾸는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영화는 제36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2014)와 제21회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초정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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