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과반 이상반대...참여 공무원들 일순간 당황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신청사 건립의 찬반 의견을 물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현재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찬반 표결 대상으로 삼는 소설 같은 일이 21일 실제로 일어났고, 결과는 더 황당했다.

표결에 참여한 25~26명중 16명이 신청사 건립에 반대한 것이다.

업무중에 잠시 짬이 나자 장난 삼아 벌인 일이라고는 하지만, ‘자폭’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경기도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해프닝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 코미디 같은 일을 벌인 조직은 신청사건립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경기도건설본부다.

도(道)건설본부 소속 팀장, 과장급 간부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광교신청사 건립을 놓고 그들만의 찬반 표결을 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한 간부가 나서서 “도청사 이전에 대해 도청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안다. 도청 이전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게 손을 들어라”고 유도하면서 표대결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거수 표결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도청사 건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 찬성이 나와도 본전이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표결에 참여한 25~26명중 절반이 훨씬 넘는 16명이 신청사 건립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장난 삼아 붙여본 것인데 황당한 결과가 나와 순간 당황했다”면서 “청사 건립에 반대하면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민심에 반하는 행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립 찬반에 이어 단순청사와 복합청사를 놓고 두 번째 표결이 이루어졌는데 복합청사를 선호하는 쪽이 좀 더 많았다”면서 “찬반 투표를 유도한 간부도 당혹스러웠는지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도민에게 사랑받는 곳을 만들자면서 서둘러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찬반 투표 직후 열린 도의회 건교위 전체회의에서는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지원하기위해 기금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경기도 신청사 건립 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안’이 가결돼 본회의에 넘겨졌다.

양진영기자/bothcamp@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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