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시켜 개인 이삿짐 옮기기도...사무공간엔 개인휴게실도 꾸며
논란일자 여비서 전보조치...연구원 "휴게실은 직원들 공용"

▲ (왼쪽 사진) 지난해 9월 경기연구원 여자화장실에 설치돼 있던 벽걸이 세탁기. (오른쪽 사진) 지난해 9월 임해규 경기연구원장 지시로 설치된 휴게공간. 사진=천의현기자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경기도의 한 산하기관장이 여직원에게 자신의 속옷 세탁을 맡기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개인 이삿짐을 옮기게 하는 등 사적인 일에 직원을 동원해온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의 기관장은 사무공간 일부를 휴게실로 꾸며 침대 등을 들여놓고 사실상 개인 용도로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 ‘갑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기연구원(경기연)과 소속 직원 등에 따르면 임해규 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석달 가량 여자비서에게 자신의 속옷 등을 세탁하도록 했다.

임 원장은 공금 40만원을 들여 여비서 화장실에 벽걸이형 세탁기를 설치해주고, 연구원 안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입었던 운동복과 속옷 세탁을 지시한 것이다.

경기연의 한 직원은 “연구원 임원 등 관계자들은 ‘직원 공용’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여자 화장실에 설치한 세탁기를 남자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느냐”면서 “여비서라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것이지, 얼마나 수치스럽고 힘들어 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경기연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세탁기를 7층 남자 화장실로 옮겼고, 여비서는 석달 뒤인 지난해 12월 다른 부서로 전보했다.

경기연의 또 다른 직원은 “여비서는 5년전쯤 정규직으로 입사 한 후 줄곧 비서실에서만 근무했다”면서 “정기인사도 아닌데 여비서만 다른 부서로 발령낸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동시에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한) ‘보복성 인사’로 밖에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같은해 8월에는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적과 집기류 등을 옮기기 위해 공용차량(승합차·스타렉스)과 관리직 직원 2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어 9월에는 공금 600여만원을 들여 침대 등 가구를 구입해 자신의 집무실 앞에 위치한 서류 보관실 일부를 휴게실로 꾸며놓고 사용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경기연의 한 직원은 “휴게실 이름은 공용 휴게실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 원장이 주로 이용하는 해당 휴게실을 마음 편히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휴게실이 있는지도 조차 모르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연구원 측은 “속옷 세탁 문제는 원장도 시인한 사안”이라면서도 “여비서는 업무보완을 위해 전보한 것이고, 휴게실은 직원 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지 원장 개인 휴게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 2014년 9월 경기연 연장으로 취임한 임 원장은 부천 원미갑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을 지냈다.

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