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판정 받은 '로렐'...동성 연인 연금 상속자 지정위해 투쟁
부당한 법적 판결에 맞서며 성소수자의 권리·인권 부각

지난 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는 ‘퀴어 아이 엠(QUEER I AM)’이라는 슬로건으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에는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장애인, 종교인 등 6만 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혐오를 멈추라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출발한 퍼레이드 행렬은 서울 시내를 한 바퀴 돌며 도심을 무지개색 깃발로 물들였다.

오는 26일은 지난 해 미 연방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동성커플의 합법적 결합이 인정되며 이들은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상속, 입양, 양육 등 법적인 이익을 혼인관계에 준해서 보장받게 됐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로렐 헤스터’가 자신의 연금을 동성 연인에게 상속해주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선 일이 있었다.

로렐 헤스터의 실화는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헬드’로 먼저 제작돼 제80회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세상과 맞선 한 레즈비언 커플의 감동 드라마를 담은 영화가 바로 ‘로렐’이다.

23년차 베테랑 경찰 로렐(줄리언 무어)은 마약범 소탕 등 거친 임무를 마다않는 열혈 형사다. 로렐은 자신을 알아보지 않는 외딴 동네의 한 배구클럽에서 스테이시(엘런 페이지)를 만나고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가운데, 로렐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게되고 자신이 죽게될 경우 연금 수령인을 스테이시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며 지역 의회와 법적 투쟁을 펼치게 된다. 죽음을 앞둔 로렐은 의회의 부당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끝까지 설득시키는데 마지막 남은 생을 보낸다.

지난 2006년 개봉한 퀴어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이 관습과 제도를 벗어난 자유로운 곳에서 피어난 사랑을 통해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뤘다면 로렐은 우리 사회게 인정해줘야 할 성소수자들의 권리와 인권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주노’ ‘인셉션’에서 당당한 10대 미혼모와 천재 건축학도 등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해 낸 앨런 페이지는 로렐을 촬영한 이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후 최근 발생한 올랜드 총기난사 사건에 애도를 표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서 앞장서고 있다. 다음 달 7일 개봉. 박현민기자/mi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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