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③ 교통 합리성 흔드는 이해관계
교통은 곧 경제
광역교통망 '지역호재' 인식
편의 동반 집값 상승 기대감
실제 별내별가람역 개통 전후
2년 새 평균 2억 이상 올라
광역교통망은 지역에 ‘호재’다. 인프라가 들어서면 이동이 편해지는 게 끝이 아니다. 이는 지역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정치적 사안이 된다. 교통망을 내는 데 실효성보다 이익과 정치적 문제가 우선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광역전철망을 살펴보자.
광역교통 인프라는 ‘집값’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개통한 수도권광역전철 4호선 별내별가람역 역세권 A 아파트 단지 예를 보면, KB부동산에서 가격 자료를 공개한 20년도부터 역사가 문을 연 2022년 사이 평균 매매가가 6억 5000만 원에서 8억 6500만 원으로 2년간 2억 1500만 원이 올랐다. 별내별가람역이 포함된 4호선 진접선은 2014년 말께 착공했다.
뉴스빅데이터 검색 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철도·전철 관련 키워드와 ‘부동산’·‘호재’를 연관지어 검색해 보면 2000년도부터 현재까지 4만여 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 가운데 경제 분류에 속한 기사가 3만 7천 77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통은 정치력
전철 개통 선거철 주요 공약
대선·지방선거 있던 2022년
관련 키워드 기사만 3만여 건
윤석열·이재명도 GTX 공약
이렇게 경제적 관심이 높은 만큼, 전철 유치는 선거철의 화두가 돼 왔다. 빅카인즈에서 지하철 개통과 관련한 키워드와 ‘공약’을 연관지어 기사를 검색하면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총 21만 4천21건이 검색된다.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지방선거가 있었던 2022년에는 3만 4천 417건이 나와 검색 기간 중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관련어를 살펴보면 GTX(경기도 광역급행철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후보), 지역은 수도권·인천·천안·김포·동탄·의정부 등이 눈에 띈다. 20대 대선에서 GTX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자신의 안을 내놓고 경쟁한 공약이었다. 교통은 곧 경제며 정치다.
◇ 잇속 위해 혈세낭비… 편의는 뒷전 = 2013년 개통한 용인 에버라인(용인경전철)은 사업 시행에 실제 시민 수요보다 이권이 앞선 대표적인 사례다. "용인시장은 이정문 전 시장(에버라인 사업 추진 당시 시장) 및 한국교통연구원과 연구원들을 상대로 214억여원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라"는 올해 2월 주민소송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은 이런 속사정의 결과다.
용인시 교통망은 에버라인 이전까지 도로교통이 주돼 정체 문제가 컸다. 전철 연결은 교통 대란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돼 1999년 신설이 모색됐다. 민선 3기 용인시장(임기 2002~2006년) 선거에서 후보들은 에버라인 공약을 앞다퉈 내세웠다. 이 때 당선된 이정문 전 시장이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1조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갔다.
편의보다 잇속 부작용
용인 에버라인 사업 대표적
당시 교통개발연 조사 엉터리
일평균 수요 13만 전망 불구
실제 승객 8천 747명 그쳐
개통 11년째 매년 적자행진
연구원-시행사 유착 드러나
결국 1조원 세금 낭비 초래
수요 조사를 한 교통개발연구원(현재 한국교통연구원)은 개통 첫 해 일 평균 13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승객은 일평균 8천747명에 불과했고, 11년 만인 올해에야 누적 승객 1억 명·일평균 이용객 4만명을 넘겼다. 이런 간극은 매년 적자로 이어졌다. 연평균 승객이 3만 4594명으로 개통 첫해보다 3배 이상 는 2023년에도 267억원의 적자가 났다. 시민의 기대와 달리 에버라인은 서울·수원 등으로의 이동이 빠르지 않고, 시내 대학과 연결성도 떨어지는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이점이 적었다.
2011년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이 실패는 우연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검찰은 교통개발연구원의 수요 예측이 엉터리였음을 밝혀냈고, 소속 연구원들이 시행사와 유착 관계임을 포착했다. 이 같은 문제가 있음을 용인시도 알았으나, 당시 이정문 시장은 보고를 무시하고 실시협약에 시의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시민의 열망이 담긴 혈세가 이해관계에 따라 낭비된 것이다.
광역교통망 사업 전체가 이런 어두운 내막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정치적 이익이 충돌에서 비롯한 난맥상은 계속되고 있다.
◇ 사업성은 모자란데 지역간 ‘밀당’ 끝없어 = 수도권광역전철 5호선을 서울 방화역 서쪽 경기 지역으로 연장하자는 논의는 2003년 시작됐다. 김포 한강신도시 계획이 축소되며 잦아든 관심은 2018년 고양시와 김포시, 인천광역시가 노선 유치에 나서며 다시 높아졌다. 이후 노선을 자기 지역으로 끌어오려는 지자체들과 이를 중재하려는 정부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며 아직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민의 교통수요는 엄존한다. 특히 김포시는 시내 유일 광역전철 노선인 김포골드라인이 최대 혼잡률 289%를 찍는 등 교통 수단 확충이 시급하다. 문제는 ‘어떻게’다.
사업성과 수요 사이
수도권광역전철 5호선 연장
김포-인천시 노선 유치 갈등
김포 시내 유일 김포골드라인
최대 혼잡률 289% '지옥철'
5호선 연장 경제성 0.89 낮아
주민은 불편 호소 연장 촉구
5호선 연장+GTX 추진 인천
5호선 연장 확정 GTX 불리
GTX-D Y자 예타 면제 촉구
5호선 연장은 사업성이 낮다. 올해 초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지자체 사이를 중재해 낸 노선안도 BC값(비용편익분석) 0.89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1.0에 못 미친다. 물론 BC값이 모든 것을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말들을 보면, 타당성이 없더라도 일단 놓고 보자는 ‘주객전도’의 느낌을 피할 수 없다.
5호선 김포 연장의 예비타당성 면제를 줄곧 추진하고 있는 김주영(민주·김포갑) 의원은 지난 6월 21일 방송 출연에서 "GTX-D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오면, 5호선의 경제성은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5호선 연장에 더해 GTX-D 노선 건설도 추진하고 있는 인천에서는 이와 대립되는 여론이 나온다. 작년 11월 ‘GTX-D Y자 노선 예타면제 촉구 시민연합’은 정부와 정치권에 발송한 건의문에서 "(5호선 연장이 확정되면) GTX BC값 저해 요소로 작용될 것이 분명하기에 결과적으로 50만 김포시민으로 인한 피해를 300만 인천시민이 입게 된다"며 GTX-D 예타 면제를 요구했다. GTX-D는 김포골드라인과 환승이 가능한 김포 장기역을 노선에 포함하고 있다. 두 사업 모두 김포와 인천의 교통 수요를 소화하는데, 서로의 타당성이 낮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광역교통망 조성 이유
승용차 이용 감축 목적 불구
부동산 상승 요인 관점 변질
교통효과 초점 두고 대안 내야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광역교통은 광역권 전체·장기적으로 효율성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5호선 연장안도 김포와 인천 사이에서 나오는 구불구불한 선형이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응래 전 경기연구원 부원장은 "광역교통망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승용차 이용을 줄이려는 것인데, 지역에서는 교통망을 부동산 상승 요인으로만 바라보는 부분이 있다"며 "실제 교통효과에 초점을 두고 대안을 내야 한다"고 짚었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기자, 신지현·배상일 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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