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교통과 지역소멸④ 지역소멸 가속 '대체로 사실 아님'
중부일보는 지난 3회에 걸쳐 광역교통망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김포, 춘천, 부산 등을 현장 취재하고 관련한 데이터 등을 통해 분석했다. 이번 편에서는 그간 살펴본 것들을 종합해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짚었다.
앞서 춘천·부산·울산과 경기도 사례와 데이터를 살펴봤듯, 광역교통은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취재 결과, 동해선으로 이어진 부산-울산은 두 지역 역세권에서 사업체 수 증가가 있었다. 일찌감치 경춘선으로 수도전철망에 편입된 춘천에서는, 역시 역세권인 남춘천역 인근 상가가 번화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전철역에서 떨어지게 된 구도심 중심가 명동상점가에서는 상대적인 침체가 나타났다. 수도권광역전철망이 전역으로 뻗은 경기도에서도 역세권 발달이 두드러졌다.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에서는 수인분당선 기흥역이 열린 2020년을 기준으로 전후년도의 사업체 증감률이 124%로 나타났다.
소비측면을 보면, 역외소비의 84.4%가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경기도의 경우 서울로 통행하는 이동량의 38.8%가 광역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역교통이 상당수 오프라인 역외 소비의 통로가 됐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광역교통망은 경우에 따라 중심지뿐만 아니라 그 바깥으로도 이동량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사업체 수를 증가시켰다. 연결된 두 지점에서 사업체 매출 증대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는 반면, 역 주변을 발전시키고 구 번화가의 침체를 불러오기도 했다.
빨대현상 있나 없나
수인분당선 기흥역 개통 후
구갈동 사업체 124% 증가
경춘선 남춘천역 상가 변화
전철역과 먼 구도심 침체 등
지방 상권 위축 우려 아니나
역세권 중심 개발·성장 사실
대도시 병원 치료 등에선
일부 빨대현상 보였지만
서울서 지역 통행도 많아
양자 간 개선 효과도 있어
◇광역교통 ‘빨대효과’ 우려할 수준 아냐 = 검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광역교통과 관련한 연구들도 살펴봤다. ‘빨대효과’ 문제 제기가 많아진 것은 KTX가 운영을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다. 최근 개통한 GTX도 논의는 2009년 시작됐기에, 광역교통망의 빨대효과 우려는 이때부터 검증 대상에 올랐다. 단국대학교 정책과학연구소에서 2010년 나온 논문 ‘전철개통이 아산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수도권 전철 1호선 천안~신창 구간 연결을 다뤘다. 1호선 확장으로 충남 아산시까지 수도권과 전철로 직접 연결되고, 아산에서는 KTX도 서는 만큼 이 구간의 빨대효과 우려는 컸다. 해당 논문은 2008년 노선 개통 이후 학생 이동이 많아지면서 천안역과 아산역 인근의 상권이 활성화하고 온양온천 등 아산지역으로 오는 관광객 유입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들어 빨대효과가 드러나지 않았음을 논증했다.
아산 전철 1호선 개통 논문
노선 개통 후 학생 이동 늘고
천안역 아산역 상권 활성화
온양온천 관광객 유입 등
수도권 빨대효과 안 보여
2023년 조재욱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그간의 빨대효과 논의를 정리했다. 조 교수는 "교통망 확충이 중소지역 지방 상권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라며 "하지만 광역교통망이 역세권 상권 외에는 지역개발에 별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경기연구원에서 27년간 교통·도시정책을 연구한 조응래 전 부원장은 "병원 치료 등에서 일부 빨대현상이 나타났지만, 서울에서 지역으로 가는 통행도 많아지는 등 양자 간 개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선 취재와 관련 연구 내용들을 종합하면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을 앞당긴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동시에 광역교통망 확대가 그 자체로 또렷하게 ‘지역 균형발전’ 효과를 낸다고 하기도 어렵다.
◇광역교통과 균형발전, "하기 나름" = 광역교통망이 지역의 고른 발전에 도움이 되려면 무엇이 더해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핵화와 교통 간 교차를 꼽는다. 다핵화는 교통과 도시발전의 중심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광역교통망 확대로 지역 교통중심지를 형성하는 한편 다른 정책·투자로 지역 상권과 고용중심·택지를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 연구보고서 ‘GTX 건설과 경기도 공간개발 연계 전략’은 "GTX 건설은 수도권 공간구조 개편전략과 연계하여 노선 결정 및 역의 입지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역세권 및 역 주변 개발 없이 단순히 광역철도망과 역의 입지만 이뤄진다면 고차원적인 고용, 업무, 문화, 교육기능은 모두 서울 강남지역으로 집중"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지역소멸 완화책 되려면
교통·도시 발전중심지 다핵화
경기·인천 교통 교차 지점에
새로운 고용중심지 개발해야
수도권 출퇴근지 분산시키면
서울 중심성 완화 균형 발전
이와 관련해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중요한 건 그물망이다"라며 "경기도나 인천 내에도 광역교통망이 그물망처럼 교차되는 지점이 여럿 있고, 그 역세권에 고용 중심지를 개발해야 서울 중심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응래 전 부원장도 "수도권광역전철 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이 교차하는 고양시 대곡역 같은 곳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그런 쪽으로 출퇴근하는 형태가 돼야지, 서울 가는 길을 빠르게 하는 식의 정책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국토적 차원에서의 다핵화도 광역교통과 연관된다. 동남권(부울경)·호남권·충청권·대구경북권 등으로 구획 지어 논의되는 메가시티 구상에서 권역 내 광역교통은 필수적 과제다. 앞서 살펴본 동남권 동해선 광역전철 또한 이런 맥락으로, 부산-울산 연계를 통해 인구·경제적 효과를 본 사례다. 2023년 울산연구원에서 나온 연구보고서 ‘동해선 광역전철 개통의 지역 영향 분석 연구’를 보면, 기종착역인 울산 태화강역은 광역전철 개통 뒤 일평균 이용객이 이전보다 6천 445명 증가하는 등 권역 내 통행이 활발해지는 것이 또렷하다. 또한 이용 주목적의 27.4%가 여행·관광으로 나타나는 등 관광 활성화 효과도 보였다.
하지만 전국적 차원의 다핵화 기획인 동해선을 통해서도 가까운 부산 기장군의 일광신도시로 울산 인구의 순유출이 나타나는 등 ‘부산 중심성’이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응해 태화강역을 시내버스, 2029년 개통 예정인 울산도시철도와 연결하는 등 여러 교통수단이 교차하는 ‘중앙역’으로 만들고 역세권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리하면 광역교통망 확대만으로 대도시 집중이 가속화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광역교통망이 지역소멸을 완화하는 적극적인 수단이 되려면 다핵화를 위한 도시정책과 산업 투자가 더해져야 한다. 따라서 중부일보는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을 앞당기나’라는 팩트체크 검증문은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한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기자, 신지현·배상일 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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