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교통과 지역소멸⑥ 광역교통, 어디로 가야 하나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지난 5편의 기사를 통해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을 앞당기나’라는 물음에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팩트체크했다. 국내에서 광역교통망을 통한 빨대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와 정책 방향으로는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지역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광역교통망 확대 목적이 서울로의 이동을 빠르게 하는 것에 치중돼 있어 방사형 구조가 두드러진데다 노선 결정이나 역 개통이 교통 관점의 적합성을 중심으로 결정되지 않고 지역개발에 관한 기대를 포함하는 등의 모습이 그것이다.
우리 광역교통망, 이대로 괜찮을까. 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의 상관관계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진단과 대안을 듣고자 부동산 개발·메가시티·교통정책 등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를 찾았다.
한국 교통망, 어떻게 해야 하나
도쿄 산칸센처럼 교통 때문에 집중
우리나라에선 아직 나타나지 않아
중심지 고용기능 위한 격자형
외곽 균형발전 위한 그물망형에
환상형 교통망 더해지면 최적
◇ 빨대효과 적은 것으로는 교통망 효과 불충분= 우선 지난 기사에서 여러 방법과 경로로 존재 여부를 따져본 빨대효과에 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지방 소멸과 관련된 광역교통망 문제는 신칸센 때문에 도쿄로 사람들이 집중되는 현상이 관측되는 등 일본에서는 많이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빨대효과가 광역적으로 크게 나타난 예는 많지 않다. 일본의 연구에 따르면 도시 간 인프라 차이가 클 때 광역교통망이 연결되면 빨대효과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신도시와 기존 업무 중심지를 광역교통망으로 연결하는 경우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외곽 지역에는 병원, 쇼핑센터, 좋은 학교 등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도심으로 이사하려는 욕구가 늘어난다."고 짚었다. 외곽 지역 사람들이 도심에 있는 직장에 다니기 어려워서 광역교통망을 건설했는데 오히려 도심으로 몰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하고 중심지와 외곽의 균형을 유도하기 위해 그물 형태의 교통망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광역교통망은 격자형이나 그물망형이 효과적이다. 여기에 환상형(순환선) 교통망이 더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광역교통망은 업무 중심지에서 뻗어나가는 방사형 구조로 교통량이 한 곳에 몰리는 현상이 있다. 서울 삼성역이나 강남역 같은 곳은 고용 중심지로서의 메리트가 계속 높아질 것이다. 격자형 교통망을 구축하면 중심지의 고용 기능이 바깥으로 분산될 기회가 생긴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격자형 교통망의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을 꼽았다. 김 교수는 "가까운 성공 사례로 중국의 징진지 계획이 있다.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베이징에 집중된 기능을 분산하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격자형으로 연결해 양방향 출퇴근이 가능하게 했다. 이 계획은 베이징의 정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산업 기능을 톈진·허베이성으로 옮겨, 균형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써 교통 혼잡을 줄였고, 각 지역의 발전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도를 보면 수원역은 이미 수인·분당선, 1호선, 국철 등이 지나가고 GTX가 예정된 환승센터로, 이를 중심 업무지구로 개발하고 기업을 유치하면 수원이 고용 중심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균형발전과 교통의 상관관계는
국토 균형발전에 교통은 필수요소
도시계획-광역교통망 동시 고려해야
커지는 수도권 바람직하지 않아
비수도권내 새 고용중심 만들어
통근가능한 생활권 형성 집중해야
◇ 미룰 수 없는 과제 지역·국토 균형발전 = 교통이 꼭 균형발전을 고려해야 할까.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균형발전은 필수 고려 요소’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균형발전 없이 통근 시간만 줄이면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은 교통망이 확대돼 중심지가 되고, 다른 곳은 주거지로 전락할 것이다. 이는 중심지 집중을 가속화하고 중심지에서 멀수록 지역 간 격차가 더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라면서 "따라서 균형발전은 필수 고려요소다. 광역교통망 설계와 더불어 광역도시계획과 국토계획 균형발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강원권과 충청권까지 뻗어나가는 광역교통 계획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수도권이 계속 커지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천안이나 대전까지 수도권이 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수도권의 통근 거리는 일정 선에서 제한하고, 비수도권 내에서 새로운 고용 중심을 만들어 통근이 가능하도록 생활권을 형성하는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수도권은 수도권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역할을 균형있게 나눠야 한다. 수도권 확장보다는 지역 내 고용 창출과 생활권 형성을 통해 자족 기능을 강화하고,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국토계획과 광역교통망 설계가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정리하면 광역교통망은 다핵적 도시 발전 정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서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토 곳곳에 다핵적 중심지를 세우고 그 사이를 잇는 그물망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광역교통망이 지역소멸을 완화하고 균형적 국가발전을 이루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기자, 신지현·배상일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 [팩트인사이드] 수도권 한적하게 교통망 촘촘하게… 버스부터 철도까지 '독일패스' 하나로 원스톱 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 ⑤ 대중교통 선진국 독일로독일은 국토 균형발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다. 동시에 광역교통을 포함한 대중교통망, 특히 우수한 철도교통망으로도 유명하다.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이를 확인하고자 지난 6월 마지막 주 독일을 현지를 찾았다.수도 베를린 광역교통의 중심지로 1급 역인 베를린중앙역(Berlin Hauptbahnhof)은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는 규모도 컸지만 구조적으로도 독특했다. 전체 5층 구조로 꼭대기에는 동-서방면, 지하 2층에는 남-북방면행 열차가 서는 입체교차식
- [팩트인사이드] 역세권 신고용중심지 개발해야 '서울 빨대효과' 걱정 끊는다 광역교통과 지역소멸 ④ 중부일보는 지난 3회에 걸쳐 광역교통망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김포, 춘천, 부산 등을 현장 취재하고 관련한 데이터 등을 통해 분석했다. 이번 편에서는 그간 살펴본 것들을 종합해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짚었다.앞서 춘천·부산·울산과 경기도 사례와 데이터를 살펴봤듯, 광역교통은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취재 결과, 동해선으로 이어진 부산-울산은 두 지역 역세권에서 사업체 수 증가가 있었다. 일찌감치 경춘선으로 수도전철망에 편입된 춘천에서는, 역시 역세권인 남춘천역 인근
- [팩트인사이드] 너도나도 "깔아달라"… 집값에 휘둘리는 광역교통망 [팩트인사이드] 광역교통망 확대가 지역소멸 앞당기나 ③ 이해관계라는 경유지광역교통망은 지역에 ‘호재’다. 인프라가 들어서면 이동이 편해지는 게 끝이 아니다. 이는 지역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정치적 사안이 된다. 교통망을 내는 데 실효성보다 이익과 정치적 문제가 우선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광역전철망을 살펴보자.광역교통 인프라는 ‘집값’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적 최근 개통한 수도권광역전철 4호선 별내별가람역 역세권 예를 보면, KB부동산에서 가격 자료를 공개한 20년도부터 역사가 문을 연 2022년 사이 평균
- [팩트인사이드] 광역노선 뚫리자 가게 최대 124% 증가... 서울행 이동도 늘었다 [팩트인사이드 ②] 광역교통망 개통 전후 이용량, 사업체 수 변화 등 분석수도권 광역교통의 한 축인 전철망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역 개통 전후 역세권 사업체 수 변화를 파악했다. 이어 통신사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도와 서울 사이 일상적 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분석했다.◇확연하지 않은 ‘빨대효과’ = 경기도내 시군의 사업체 전체와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사업체는 수도권전철이 닿고난 뒤 대체로 수가 증가했다. 확보한 시군내 전철역사 데이터 315건과 사업체 데이터 3천 854개를 교차했다. 이후 통계프로그래밍
- [팩트인사이드] 광역노선 닿자 상가 몰렸다… 서울 빨대효과 아직은 미미 [팩트인사이드 ②] 광역교통망이 닿으면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광역교통망이 닿으면 지역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경기지역 수도권광역전철을 예로 데이터분석을 시도했다.먼저 광역전철역이 개통된 전후 인근 지역 변화를 살펴봤다. 분석을 위해 경기도내 시군에 위치한 여러 노선의 역사 위치와 개설 시기를 전수조사해 315건을 확보했다. 이어 경기도 시군 내 읍면동별로 총 사업체 수와 일상적 소비를 대표하는 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사업체를 2012년도부터 수집해 총 3천 854개의 데이터를 모았다. 사업체 데이터는 총 13개 시(수원·안산·
- [팩트인사이드] 서울~춘천 전철 연결… "숙박위주 강촌 상권 다 죽었다" 교통망 확충은 대다수 지역에서 숙원사업이자 정치권의 주요 공약이다. 하지만 교통이 개선된 뒤 지역에 나타나는 효과는 천차만별로, 일상적 이동을 담당하는 광역교통망의 경우 더더욱 그 결과의 양상이 대조적이다. 중부일보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확장된 경기 김포, 강원 춘천과 서울 반대편에서 지자체간 광역교통망이 구축된 부산~울산의 사례를 살펴봤다. ◇지옥철이라도… "서울로" = 김포골드라인은 수도권광역전철의 일부로 2019년 9월 개통했다. 김포시내 기점인 양촌역에서 출발해 한강신도시를 질러 서울지하철 5·9호선
- [팩트인사이드] 빨라지는 서울 가는 길 '지역소멸' 지름길 되나 [팩트인사이드] 광역교통망 확대, 지역소멸 앞당기나지난 12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위원회는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 변경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변경안에 담긴 6개 사업에는 김포시 서울 편입론 등으로 화제에 오른 수도권광역전철 5호선 연장안도 포함됐다. 서부 수도권의 ‘출퇴근 대란’으로 교통망 확대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오랫동안 들끓었음에도, 이날 공청회서도 노선을 들여오길 희망하는 김포시와 인천광역시간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교통. ‘사통팔달’이란 말이 있듯 예로부터 주거나 사업의 입지를 고려하거나 생활 편의를 판단할
- [팩트인사이드] 광역교통망 확대, 지역소멸 앞당기나 [검증대상] 광역교통망 확대, 지역소멸 앞당기나 교통망 확충은 지역에 언제나 희소식이었다. 특히 도시간의 일상적 이동을 가능케 하는 광역교통망은 대표적인 지역의 ‘호재’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광역교통망이 확장할 때,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뻗어나가는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장 소식에는 ‘빨대효과’ 우려가 매번 따라붙는다. 빨대효과는 대도시가 인근 중소도시의 인구와 경제력을 흡수하는 것인데, 광역교통망은 그 결정적인 경로다. 빨대효과는 전국적인 저출산·고령화, 서울 일극화와 맞물려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