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사와 사법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00만 개의 촛불을 밝힌 민중의 분노는 박 대통령과 정치권을 향해 “이제 그만 끝을 내라”고 결단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제외한 여야 정치권의 요구는 ‘2선 후퇴’에서 ‘퇴진’으로 바뀌었고, 야3당은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금주 중에 3차 대국민 사과 담화를 통해 국정정상화 방안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대통령께서는 어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정 정상화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퇴진’과 ‘탄핵’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이 이날 일제히 박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탈당→2선 후퇴→거국중립내각’으로 이어지는 국정 정상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거부해버려서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거취에 대해 결단을 하셔야 한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수명이 다했다”며 당 해체를 추진키로 했다.
야3당도 더 이상 ‘말폭탄’만으로는 정국을 수습해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장외투쟁에 이은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께서 마지막 하실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이 다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 정상화를 위해 결지해지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께 드린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수용해 책임지고 퇴진하겠다’고 정치적 퇴진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선언→여야 합의 총리 추천 임명→ 총리가 주도해 대통령 퇴진시기를 포함한 향후 정치일정 확정’ 등을 골자로 하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박 대통령이 끝내 명예퇴직을 거부한다면 징계해고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은 박 대통령을 이미 탄핵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찰의 재벌 총수 소환 조사에 이은 현직 대통령 직접 조사 방침도 박 대통령에게 선택을 재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개별 면담 의혹과 관련해 당시 면담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수펙스 김창근 의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대통령을 늦어도 이번 주 화·수요일에는 조사해야 할 것 같다”면서 “청와대 측에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검찰의 재벌 총수 조사 결과와 박 대통령 직접 조사 직후인 오는 18~19일께가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재경·김재득기자/nice@joongboo.com
관련기사
- "청와대서 들렸을 것" "최악위기"…외신들 '박근혜퇴진' 촛불집회 일제히 보도 주요 외신들도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3차 촛불집회를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100만명이 서울 도심을 가득 메웠다며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에서 부패 스캔들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민주주의에서 벗어났다고 느끼게 하면서 수많은 이의 분노를 샀다고 진단했다. CNN은 "박 대통령이 이미 두 차례나 사과했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한국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날 집회에 어린아이를 데리...
- "박근혜 퇴진" 100만 촛불 한목소리로 외쳤다…6월 항쟁후 최대 '비선 실세'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주말 촛불집회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이고,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국정농단 사태를 보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드러냈다. 역대로 손꼽을 만큼 많은 인원이 모였음에도 집회는 축제를 방불케 할 만큼 대체로 평화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다만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에서 청와대 방면 진출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하는 등 3일 새벽까지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 6월 항쟁 이후 최...
- 재벌총수 줄소환... 검찰, 칼날 박근혜 대통령 겨냥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총수들이 주말 검찰에 줄줄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부패 스캔들에 얽혀 검찰청사에 무더기로 불려 나온 것은 ‘차떼기’라는 오명을 남긴 ‘2002년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한 2004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작년 개별 면담이 어떤 경위로 마련됐는지, 어떤 대...
- 12일 촛불집회날, 154만7천555명 지하철 이용 확인 12일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100만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는 것이 지하철 이용 통계로도 확인됐다. 13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인근 지하철역 12곳을 이용한 시민은 총 154만7천555명(승차 73만6천332명·하차 81만1천223명)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토요일 평균 이용객 70만1천458명(승차 35만6천70명·하차 34만5천388명)보다 84만6천97명 증가한 숫자다. 승·하차 인원이 중복으로 집계될 수 있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내려 도심으...
- 분노한 100만 민중 "응답하라 1987년 6월 민주항쟁"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진행된 3차 주말 촛불집회가 지난 12일 주최측 추산 100만 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광화문 등 도심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로 기록됐으며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2008년 6월 광우병 사태 당시 70만 명,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에 참여했던 인원 20만 명을 뛰어넘는 규모다.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이날 집회에서는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민중 분노’ 보인 ...
- '대통령 퇴진' 입장 발표까지 주말 촛불집회 계속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박 대통령이 퇴진 입장을 공식 표명할 때까지 매주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주최 측은 당분간 매주말 서울 도심에서 박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를 계속 열 계획이다. 촛불집회는 ‘비선실세’와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로 지난달 29일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3주 연속 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전날 3차 범국민행동은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참가자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추산 26만 명으로, 1987년 6...
- 촛불 들고 행진한 야권 대선주자들… 문재인·안철수도 거리로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12일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의 행렬에 대거 합류했다. 대선주자들이 광장의 ‘촛불 민심’과 전면적으로 결합하면서 이번 장외집회를 기점으로 야권의 대여 투쟁수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광화문 광장의 촛불 문화제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과 민주당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참석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상당수가 오후 10시께 집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
- 성난 민심… 성숙한 촛불집회로 표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12일 3차 주말 촛불집회에 100만 명이라는 유례없는 인파가 모이며, 성난 민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1987년 6월 항쟁 당시 거리로 나온 군중과 맞먹는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세대와 노동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이전 집회와 다른 양상도 눈에 띈다. 거리로 나온 군중은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정치권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현 정부 심판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국민대통합 현상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뿐만이 아니라, 현 ...
- "100만 촛불 받들라" 여야잠룡, 박근혜 대통령 결단 압박 여야의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탄핵, 탈당, 2선 후퇴 등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여야 잠룡들은 다양한 방식을 주장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받아들여 빠른시일 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주류가 주최한 비상시국회의에서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께서 헌법 위배의 몸통...
- '2선 후퇴'→'하야' 촛불 등에 업고 강경해진 야당 ‘10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야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등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국회 추천 총리에게로의 전권 이양과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국정 수습의 조건으로 내건 야권이 ‘최후의 수단’으로 바짝 다가서는 모습이 확연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3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어제 우리는 도도한 역사 물결을 봤다. 청와대에서 안 들으려야 안 들을 수 없는 국민의 목소리”라며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하실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이 다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 정상...
- 검찰, 첫 현직 대통령 조사 임박…'고강도 대면조사' 될 듯 ‘비선 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 조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조사 방식에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 측과 최종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서면조사와 소환조사 등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구체적인 조사 방식과 시기, 장소 등을 확정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3일 “박 대통령을대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청와대에 전달했고,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 여당 비주류, 당 해체 추진 결의... 이정현 내년 1월 조기 전대 새누리당 비주류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당의 해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주류는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2선 후퇴’를 요구해온 입장에서 더 나아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비주류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80여 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 된다”면서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해체를 추진하...
- 김종필 "박 대통령 5천만 국민이 달려들어도 안내려 올 것...박정희 대통령 나쁜점만 물려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下野) 요구와 관련해 "하야는 죽어도 안 해.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은 하나도 없어. 남자 같으면 융통성도 있고 할 터인데…"라며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3일 시사전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네가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고집쟁이야. 고집부리면 누구도 손댈 수가 없어”라고 했다. "박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