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 관련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퇴진이냐, 탄핵이냐’,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치사와 사법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으로 보이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지난 12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00만 개의 촛불을 밝힌 민중의 분노는 박 대통령과 정치권을 향해 “이제 그만 끝을 내라”고 결단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를 제외한 여야 정치권의 요구는 ‘2선 후퇴’에서 ‘퇴진’으로 바뀌었고, 야3당은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금주 중에 3차 대국민 사과 담화를 통해 국정정상화 방안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대통령께서는 어제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정 정상화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박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퇴진’과 ‘탄핵’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이 이날 일제히 박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탈당→2선 후퇴→거국중립내각’으로 이어지는 국정 정상화 방안을 선제적으로 거부해버려서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2일 오후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태형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주류가 주최한 비상시국회의에서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며 공식적으로 탄핵을 요구했다.

같은당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거취에 대해 결단을 하셔야 한다”고 퇴진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수명이 다했다”며 당 해체를 추진키로 했다.

야3당도 더 이상 ‘말폭탄’만으로는 정국을 수습해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장외투쟁에 이은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께서 마지막 하실 일은 불상사가 일어나기 전에, 국민이 다치기 전에, 평화롭고 순조롭게 순리대로 정국 정상화를 위해 결지해지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손으로 헌법이 대통령께 드린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남았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수용해 책임지고 퇴진하겠다’고 정치적 퇴진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선언→여야 합의 총리 추천 임명→ 총리가 주도해 대통령 퇴진시기를 포함한 향후 정치일정 확정’ 등을 골자로 하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박 대통령이 끝내 명예퇴직을 거부한다면 징계해고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은 박 대통령을 이미 탄핵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검토위원회’를 국회의장 직속기구로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찰의 재벌 총수 소환 조사에 이은 현직 대통령 직접 조사 방침도 박 대통령에게 선택을 재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개별 면담 의혹과 관련해 당시 면담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SK수펙스 김창근 의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대통령을 늦어도 이번 주 화·수요일에는 조사해야 할 것 같다”면서 “청와대 측에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검찰의 재벌 총수 조사 결과와 박 대통령 직접 조사 직후인 오는 18~19일께가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재경·김재득기자/nic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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