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의원.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영교 의원.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판사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성범죄로 기소된 지인 아들 재판을 두고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이는 가운데 서 의원의 과거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던 서영교 의원은 “법무부로부터 제출한 ‘가정폭력 사범 접수·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정폭력 접수 건수가 2013년 1만7194건에서 2014년 2만3527건으로 40% 가까이 증가, 2015년에는 6월까지 이미 1만9357건을 기록해 더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검찰의 미온적인 대처 속에 가정폭력은 물론, 성폭력 역시 줄어들지 않고 날로 늘고 있고, 재범률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성폭력 사범에 대한 재범방지를 위해서라도 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16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5월18일 국회에 파견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 이모씨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 등으로 일한 지인의 아들인 이씨는 2014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귀가하던 여성 피해자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추행하려 한 혐의(강제추행미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서 의원은 '서울북부지법에서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씨에 대해 5월21일 선고가 예정돼 있는데 벌금형의 선처를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죄명과 양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재판에서는 이씨가 피해자 앞 1m까지 접근해 양팔을 벌리며 껴안으려 한 행위를 강제추행미수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인정되지 않는다면 바지를 내려 신체부위를 노출한 행위만 따져 공연음란죄가 성립하게 된다.

강제추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1년 이하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공연음란죄에 비해 훨씬 무겁다. 이씨는 공연음란죄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범행 당시 운전을 하다가 발견한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등 죄질이 나빠 징역형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이 민원은 임 전 차장과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을 거쳐 이씨 재판을 맡은 박모 판사에게 그대로 전달됐고, 박 판사는 이씨의 죄명을 변경하거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징역형 아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추행이 미수에 그쳤고 이씨가 노출증을 앓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서 의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죄명을 바꿔 달라고 한 적도, 벌금을 깎아달라고 한 적도 없다. 모든 것은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서 의원에게 부탁한 이씨 부친과 청탁을 접수한 김 부장판사의 진술, 서 의원의 청탁 내용이 김 부장판사를 통해 임 전 차장에게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물증을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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