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중심지 부천역 안내판 전무·이희승 선생 집터는 표시 없어·이익삼 의병장 전투지도 상가 차지… 지자체 복원사업 등은 실종

소사역은 1927년 9월 소사역 하역노동자들이 일본 역장의 부당한 대우 및 폭행에 항거해 동맹파업을 일으킨 곳이다. 현재는 부천역사와 쇼핑몰이 들어섰지만,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 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사진=양효원기자
소사역은 1927년 9월 소사역 하역노동자들이 일본 역장의 부당한 대우 및 폭행에 항거해 동맹파업을 일으킨 곳이다. 현재는 부천역사와 쇼핑몰이 들어섰지만,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 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사진=양효원기자

경기도와 전문가 등이 도내 항일 유적 건조물과 집터,시위지·전투지 등 219개소를 조사(2016년∼2017년)한 결과, 유적지 관리·보존은 물론 유적지를 알리는 안내판 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마을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알고 있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7일 찾은 부천역은 쇼핑을 하러 나오거나 전철을 이용하러 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부천역은 100년 전 하역노동자들이 일본역장의 폭행과 부당대우에 견디다 못해 항일 운동이 일어난 장소다. 역 맞은편에 위치한 현 경원여객 차고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계남면 주민들이 면사무소를 습격해 수탈 목적의 자료를 불태우는 등 만세 시위를 벌인 역사적인 곳이다. 부천역과 또 다른 유적지인 부평수리조합 반대 터는 도시·산업화가 되며 당시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당시를 설명해주는 안내판조차 조성해 놓지 않아 항일 운동이 벌어진 터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반면, 경원여객 차고지에는 최근에서야 시위지 안내판을 설치했다.

부천역 안 쇼핑몰 이용객 이모(22)씨는 “부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이곳에서 만세운동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역의 후손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인데 지자체에서는 왜 알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 의왕지역에서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국어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던 이희승 선생의 생가가 2017년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주택가가 들어서있다.  사진=양효원기자
현 의왕지역에서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국어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던 이희승 선생의 생가가 2017년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사라지고 주택가가 들어서있다.  사진=양효원기자

같은 달 28일 찾은 의왕의 독립운동가 이희승 선생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빌라 건물,주택 등이 들어서 있었다. 그는 조선어학회 활동을 통해 우리말을 지키기 노력했던 독립운동가다.

3·1운동 100주년을 2년 앞둔 2017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취락지구를 개발한다는 명목하에 역사적으로 고증하고 보존해야 할 독립운동가의 생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독립운동가 이희승의 생가가 있던 곳이라는 것을 알리는 어떠한 표시도 없는 실정이다.

1908년 10월 이익삼 의병장이 광주를 무대로 의병투쟁에 나섰던 현 중대동 느티나무 앞은 급격한 도시화로 그들의 업적마저 사라져버렸다.

지난 4일 찾은 태전리 이익삼 의병 전투지 일대는 학교, 은행, 각종 상가 등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인근에는 해당 장소가 의병 전투지라는 알리는 안내문도 없었다.

또 다른 광주의 만세운동 장소인 광주군청 자리에는 현재 경안동 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해,다행히 입구 쪽에는 만세 시위지라는 것을 알리는 안내문이 자리하고 있다.

1908년 10월 이익삼을 비롯한 의병 11명이 광주의 경안면 태전 마을을 습격해 자위단장을 처단한 장소인 현 중대동 일대에 주택과 빌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 당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진=양효원기자
1908년 10월 이익삼을 비롯한 의병 11명이 광주의 경안면 태전 마을을 습격해 자위단장을 처단한 장소인 현 중대동 일대에 주택과 빌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 당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진=양효원기자

수원시는 수원시장 일대 장날에 맞춰 청년과 학생, 상인들이 만세를 불렀다. 현재 수원시장은 지동·영동시장 등 시장규모가 커지며 세분화됐음에도 수원시장 만세 시위지를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은 없는 상태다.

지자체의 무관심에 지역 역사에서 사라져가는 항일 유적지에 대한 복원이나 안내판·기념비 설치 등의 사업도 실종돼 3·1운동 100주년 ‘반짝 관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실 항일 유적지 관련 사업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후손으로서 너무 창피하다”며 “내년부터는 행사는 물론 남은 유적지를 관리하고, 사라진 유적지를 안내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항일 유적지가 너무 많이 사라져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역에서는 관심도 없다”며 “지역 만세운동은 지역민들의 자부심이다. 존재하는 곳은 관리·보존이 필요하고 사라진 곳은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동성·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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