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채팅에서 조건만남 경험… 88% 인증절차 없이 쉽게 접근, 1시간 만에 70여개 성매매 제안
당국 "개인 대화 처벌 불가" 방치… 운영사들은 보호장치 없이 방관

②청소년 성매매의 온상 ‘랜덤채팅’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랜덤채팅 (불특정 인물과 무작위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 ’ 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러나 국가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조건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9명(94.2%)이 채팅으로 상대를 만났다. 경찰청 단속 결과 2016년부터 3년간 채팅 앱에서 적발된 성매수자는 1만1천414명에 달한다.

랜덤채팅 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이 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3년 처음으로 랜덤채팅 앱이 성매매에 활용되는 실태가 문제제기됐고, 2014년엔 기정사실화됐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는 성매매하는 청소년 10명 중 9명이 앱으로 유입되는 실정이다.

이들이 이렇게 손쉽게 성매매로 유입될 수 있는 건 많은 랜덤채팅 앱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앱 운영사가 자정 작용을 하지 않는다. 운영사는 앱에 별도의 인증 절차를 마련하지 않을 뿐더러 서버에 기록이 남지 않게 관리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랜덤채팅앱 317개 가운데 87.7%가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앱들은 플렛폼 ‘원스토어’에서 키워드 하나만 입력해도 수십 개를 검색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오후 랜덤채팅앱 상위권인 ‘즐톡’ ‘앙톡’ ‘영톡’ 등 세 개의 어플을 설치해봤다.

성별은 여성, 자기소개에 고등어(고등학생을 지칭하는 은어)라 공통적으로 입력했다. 별도의 인증절차는 없었다. 30초도 안 돼서 ‘ㅈㄱ(조건만남을 지칭하는 은어) 고등어?’라고 미성년자임을 확인하는 메시지가 왔다.

처음부터 ‘얼마세요?’, ‘볼때마다 두 번 50’으로 성매수를 제안하는 메시지는 물론 옮기기 힘든 성희롱성 발언 역시 비일비재했다. 메시지를 읽지 않자 ‘답 좀 달라’며 재촉하기도 했다. 성매매를 제안하는 메시지 개수는 1시간 만에 70여개를 넘어섰다. 세 앱 모두 동일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행법으론 처벌이 힘들다. 지난 2016년 십대여성인권단체 등 시민단체가 랜덤채팅 앱 7개를 수사당국에 고소·고발했지만 당국에서 돌아온 답은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다. 운영자가 직접 성매매 장소를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앱 안에서 개인끼리 이뤄지는 일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새 법제화도 요원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채팅·랜덤 채팅 앱을 규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개인 간의 대화는 통신보호 비밀법상 심의위원회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랜덤채팅 고소고발 대리인인 법무법인 시선의 최석봉 변호사는 당시 “채팅앱 운영사들은 성매매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성매매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민기자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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