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5시 30분. 이른 새벽 홀로 환하게 불을 켠 연수구 송도1동행정복지센터 투표소 앞에는 두꺼운 옷을 겹겹이 껴입은 10여 명의 시민이 추위에 잔뜩 움츠린 투표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가 진행 당시 부정선거가 우려된다는 선거인의 항의로 투표가 일시중단된 곳이다.
그러나 이날 본투표는 사전투표 때처럼 투표가 일시중단되거나 소란스러운 사태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투표가 시작한 오전 6시께에는 행정복지센터 건물을 넘어 약 50m 떨어진 송도동 우체국 앞까지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송도1동에 사는 최병철(70·남)씨는 "눈가리며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거짓말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다 안다"며 "이런 구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 찍으려고 새벽부터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날 부평구 갈산중학교도 이른 아침부터 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침 6시가 되기 전 교문 밖까지 늘어선 줄은 해가 뜨기 시작한 7시께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투표소를 찾은 선거인들은 가족 단위부터 혼자 온 청년들까지 다양했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청년들로 투표소 입구에 짧은 줄이 생기기도 했다.
오전내 한산했던 투표소들은 점심이 가까워면서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계양구 동보아파트 내 투표소의 경우 아침 9시께에는 텅 비어있다시피 했으나, 11시를 넘기자 다시 줄이 길어졌다. 투표소 선거관리원은 "새벽에 나오지 않은 선거인들이 지금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오면서 다시 붐비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인 중·동구의 투표소는 다른 군·구보다 유독 한산한 모습이었다. 영종을 제외한 중구와 동구 인원은 약 10만여명으로 영종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인구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중 문화교류의 상징인 한중문화원에도 신포동 제2투표소가 차려졌다. 신포동에 거주하는 재중동포 장화강(57·남)씨는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특히 장씨의 딸인 인화(19·여)씨는 올해 첫 투표다.
인화씨는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후보를 뽑을 지 결정했다"며 기성세대와 달리 SNS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MZ세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다른 곳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중동포 여성 2명은 "신생동 투표소로 가야하는 데 잘못 왔다"며 황급히 차에 올랐다.
동구 송림2동 동구청소년수련관 투표소는 이른 새벽에 사람이 몰렸던 다른 군·구와는 달리 오전 10시께 돼서야 골목의 상인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희성(61·여)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힘들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힘들었다"며 "현재 위로금이나 대출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다가올 문제도 새 대통령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구 인천신석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은 이은영(40·여)씨는 "휠체어를 타서 활동이 불편하지만 대통령 선거니까 뽑으러 나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상황도 안좋고 힘든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선 이후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승재·김웅기·박유진·전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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