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넓혀가는 국내 로봇시장

로봇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사람을 보조해주던 역할에 지나지 않던 로봇이 산업·국방·교통·생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제조용)과 서비스용으로 나뉜다. 이중 서비스용 로봇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대전환의 흐름을 타고 급속하게 팽창했다. 현재 국내 로봇 시장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로봇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이족보행로봇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전문서비스 로봇, 사람을 대신하다 = 사람을 대신해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서비스용 로봇은 국방, 의료,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 로봇은 자율주행과 센서, 인공지능(AI), 카메라 등을 기반으로 정확도를 높였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는 전장에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고 병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20여 년 전부터 발전해왔다. 현재 개발 중인 로봇으로는 무인 수색 차량, 구난 로봇, 정찰 로봇,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등이 있다.

또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동굴이나 지하시설 등 GPS 수신이 불가능한 곳의 자율주행과 탐사를 할 수 있는 자율터널탐사(ATE) 기술을 확보하고 로봇을 개발했다.

경비·순찰 업무에서도 로봇이 도입됐다. 지난달 용산공원 부지 시범 개방 당시 대통령실 주변에는 경비 로봇들이 투입됐다. 아직 개발 단계지만 향후 로봇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기능을 보완해 집무실 경비에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뜰을 지키는 경호로봇. 사진=연합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뜰을 지키는 경호로봇. 사진=연합

또 만도와 SK텔레콤, 한양대학교 등이 공동 개발한 자율주행 방범로봇 ‘골리’는 주변 상황을 열화상으로 인식해 경찰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현재 시흥시, 서울 관악구, 강원 원주시 등에 배치됐지만 도로교통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제약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고령화와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농작물 생산을 위해 로봇기술 도입에 힘쓰고 있다.

가장 개발이 활발한 분야는 자율주행 트랙터이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자동 조향 시스템 실용화가 진행 중이며 일본에서도 농기계 제조업체 쿠보타에서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영상인식 기반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농기계업체와 함께 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자율주행 트랙터 산업화 기반을 마련했다. 또 올해는 이를 실험할 수 있는 농기계 실증 단지도 새만금에 조성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지능형 로봇 방제기. 사진=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지능형 로봇 방제기. 사진=농촌진흥청

농업용 로봇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14년 정보통신기술과 위성항법기술을 이용한 벼농사용 제초로봇을 개발했고, 지난해에는 과수에만 농약 살포가 가능한 지능형 로봇 방제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사부터 배달까지… 인간 생활을 뒷받침하는 서비스용 로봇 = 일반 서비스용 무인 로봇은 생활 속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사용 로봇 중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다. 2001년 첫 출시 이후 여러 제품이 등장하면서 하면서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유리창 청소 전용 로봇청소기와 잔디깎이 로봇 등도 상용화돼 판매 중이다.

인지, 교감 능력을 더한 소셜 로봇도 등장했다. 소셜 로봇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통한 학습을 통해 정교한 상호 작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AI 스피커다. 또 반려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도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한 사례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안내·접객용 로봇의 확대로 이어졌다.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호텔 등에서 음식이나 물품을 서빙하는 로봇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장소에서는 안내 로봇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이 지난 2018년 도입한 ‘에어스타’는 장소 및 시설물 안내, 공항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며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인천공항에서 운영하는 방역안내로봇. 사진=인천국제공항
인천공항에서 운영하는 방역안내로봇. 사진=인천국제공항

코로나19로 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소독과 방역 안내 역할을 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LG전자와 현대로보틱스, KT 등에서는 자율주행을 통해 공용공간의 살균과 공기정화를 하는 로봇을 출시했다.

외식업계와 배달업계에서도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로봇이 직접 음식을 제조하는 카페와 치킨집이 눈길을 끌었고, 로보티즈와 배달의 민족에서는 실외 배달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산업현장의 로봇, 대량 생산에서 효율화까지 진화 = 산업용 로봇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로봇산업 매출 중 52%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장자동화다. 제조업계는 생산 안정화와 생산력 향상을 위해 제품의 설계·생산 과정에서 컴퓨터와 로봇을 이용해 제어·관리·운용을 자동화했다. 공장자동화 시대의 산업용 로봇은 사람과 작업영역이 구분된 개념이었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과 로봇의 작업영역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작업자를 보완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형태의 협동 로봇이 개발되면서다.

산업용 로봇. 사진=이미지투데이
산업용 로봇. 사진=이미지투데이

제조과정에 한정돼있던 자동화 시스템은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전체 공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팩토리(지능형 공장) 형태로 발전했다. 스마트 팩토리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함으로써 단순한 대량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개인 맞춤형 생산 등 유기적인 생산 환경을 조성한다.

로봇 바람은 물류 시장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인력과 컨베이어벨트 등의 설비를 자동화로 대체하고 상하차, 분류·검수, 포장, 운반 등의 과정에 맞는 로봇이 개발돼 현장에서 활약 중이다. 물류 로봇 관련 특허도 늘어났다. 2016년 28건에 그쳤던 특허는 2020년 77건까지 증가했다.

이미 아마존과 페덱스, 알리바바 등의 글로벌 물류 업체에서는 물류의 자동화를 목표로 물류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가 CJ대한통운과 차세대 물류로봇(AMR) 개발 협약을 체결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모바일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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