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 D-27]
100% 자체기술 설계·제작 발사체 누리호
지난달 2차 발사체 목표궤도 성공적 안착
액체연료엔진·페어링도 국내 연구진 개발
75t급 엔진 성능 입증 우주진출 발판 마련
세계 7번째 우주강국 '30년 도전의 산물'
순수 자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한국 우주개발은 새로운 30년을 향해 출발했다. 다음 달에는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발사된다.
정부는 중장기적 산업육성 전략을 수립해 2030년대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열겠다는 ‘우주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실제 한국이 우주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은 내년부터다.
엄밀히 말하면 누리호 2차 발사는 ‘리허설’에 불과했다. 발사체가 운송 수단으로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단계로, 1차 때는 더미위성(가짜위성)을, 2차 때는 성능검증위성과 더미위성을 탑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2027년까지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한다. 총사업비는 6천873억여 원이다. 내년에 3차로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실린다.
우주를 향한 꿈과 도전을 뒷받침할 정부의 계획에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누리호 "대한민국의 우주 강국 도약 첫발" =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는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우주로 향했다.
누리호는 600~800km 궤도에 1.5t급 실용 위성을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누리호 1차 발사는 목표 궤도까진 올랐으나 위성모사체(위성을 본떠 만든 모형)가 목표 속도에 도달하지 못해 ‘정반의 성공’에 그친 바 있다.
2차 발사체는 당초 설정된 임무를 문제없이 수행했다. 이륙 945초 만에 ‘목표 궤도 700km 도착, 성능검증위성 초속 7.5km 도달’이라는 성공 기준에 부합하는 비행을 했다.
누리호 위성을 쏘아 올린 75t급·7t급 액체 연료 엔진과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은 모두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특히 대형·소형 발사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75t급 엔진의 성능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우주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로써 한국은 1.5t급 실용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해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문제없이 여정을 마친 누리호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 연구진은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고 있다. 누리호 상단에 탑재돼 우주에 오른 ‘성능검증위성’을 통한 첫 교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자 "우주로 가는 길이 열렸다. 30년 도전의 산물"이라면서 "항공우주산업에 체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달 착륙 위한 새 장정 돌입, ‘다누리’ 8월 발사 = 올해는 누리호 2차 발사 외에도 의미 있는 우주이벤트가 있다.
다음 달 3일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 스페이스 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한국은 2031년까지 달착륙선을 자력으로 발사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지구 이외 외계 행성을 직접 탐사한 적이 없다. 우주에 여러 차례 위성을 쏘아올렸지만 대부분 지구나 우주 환경 관측이 목적이었다.
오는 8월 다누리가 달 궤도에 안착할 경우 한국은 러시아, 미국, 일본, EU,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달을 탐사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으로 달에 보내진다. 지구나 태양 등 행성의 중력 특성을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 달까지 비행하는 방식인데 비행시간은 80~140일로 오래 걸리지만, 달로 직접 쏘는 것보다 연료 소모량이 25%가량이나 적다. 발사 후 팰컨9에서 분리된 다누리는 태양 전지판을 펼쳐 태양 빛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안테나로 지구와 통신하게 된다.
지상에서 발사된 뒤 137일간 우주를 비행하다 달 궤도에 진입한다. 총 9번의 궤적 수정 기동을 거친 뒤 계획한 궤적대로 달에 접근하면 올해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한다.
이후 최종 임무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 5번의 궤도 진입 기동을 수행한 뒤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달 고도 100㎞ 원 궤도에 진입해 1년 동안 6종의 과학 임무 탑재체를 통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다누리에 실리는 6개 탑재체 중 하나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만든 섀도 캠이다. 다누리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면 한국과 미국의 첫 우주탐사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달 착륙선의 임무가 확정되면 오는 9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만약 통과할 경우 달 표면에 직접 착륙이 가능한 비행선 발사 계획 등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2030년대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연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사업’, ‘국가우주위원회 운영계획’ 등을 심의·의결했다.
중장기적 산업육성 전략 수립을 통해 국내 우주기술 및 산업을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해외기술 도입이 어려운 우주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고 인프라를 확충해 대한민국 대표 우주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 개발을 통해 국내기업의 우주개발 참여기회를 넓히기 위해 2022년부터 2031년까지 공공목적의 위성을 총 170여 기 개발하고, 위성개발과 연계해 국내발사체 총 40여 회 발사를 추진한다.
특히 민간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 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내에 민간기업 전용 발사체 발사장을 구축하고, 우주산업 거점으로서 발사체, 위성, 소재·부품 등의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로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사업에 올해 착수했다. 위성항법시스템은 다수의 인공위성을 이용해 정확한 위치·항법·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교통·통신 등 경제·사회 전반의 기반기술이자 자율주행차·도심항공교통(UAM) 등 4차 산업혁명 신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KPS는 한국 우주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오는 2035년까지 14년간 사업비 총 3조7천234억원을 투입해 위성항법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위성·지상·사용자 시스템을 개발·구축할 예정이다.
◇민간 주도 우주개발 ‘우주산업클러스터’ 지정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민간 우주개발 시대에 대비해 체계적인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우주산업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2022년 개정된 우주개발진흥법을 발표했으며, 오는 12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우주산업을 집약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우주산업클러스터를 지정하고, 우주개발 기반시설을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클러스터 지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검토는 다음 달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클러스터는 발사체와 위성 분야 기업, 연구기관 등이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자생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우주기술 분야 전략적 인재 양성을 위해 설치한 미래우주교육센터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4월 사업 공모를 통해 부산대, KAIST, 인하대, 경상대, 세종대 등 5곳을 거점 교육센터로 선정했으며, 2026년까지 각 센터마다 연간 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석·박사급 전문 인력 250명 이상을 배출한다는 계획이며, 연구기관과 우주산업체를 통한 실무 교육과 취업 연계도 지원한다.
정부 주도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해 계약 방식도 도입한다. 우주 개발 사업에 기업이 이윤 등을 기업 운영 예산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도전적 연구를 이어가도록 계약 이행 지체 시 발생하는 지체상금도 상황에 따라 일부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우주기술은 ‘우주신기술’로 지정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정부 사업의 우선 구매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우주 분야 성과의 기술 이전, 인력 양성과 창업 촉진 등을 위한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라다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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