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도내 4만6천마리 폐사
"배수관문 없어 침수피해" 한숨
지자체·관련 기관들 지원 요구
"이번 폭우로 침수피해 입은 곳은 지옥이나 다름없죠. 2만 6천여 마리 중 2만 마리 가까이 죽었는데 남은 닭들도 죽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11일 평택시 청북읍의 한 양계농가에서 닭을 사육하는 박모씨(67)는 침수 피해로 폐사한 닭을 바라보며 이 같은 속내를 토로했다.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경기도 내 양계농가에 폐사 피해가 잇따르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8~11일)로 도내에서 평택시 2만 마리, 연천군 2만6천 마리 등 육계·종계 4만6천 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남도에서 발생한 축산 피해 총 8만6천552마리 중 53%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8일 오전 경기도 15개 시·군에 호우경보, 16개 시·군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이에 평택과 연천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11일까지 이어진 비는 예상 강수량은 20~120㎜로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오는 12일 새벽까지 경기 남부지역에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농가에서 박모씨는 "침수된 농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며 "살아남은 닭들도 오물을 먹거나 이런 환경에서 버티지 못하고 죽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가가 위치한 지대가 낮아 침수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그는 "홍수 예방을 위한 배수관문이 있었다면 물이 역류돼 양계장까지는 안 들어왔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자체와 농축산 관련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화성 지역의 양계농가 관계자는 "피해가 크진 않지만 폭염에 이번 폭우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농가들이 있다"고 전했다.
깃털이 달린 닭의 경우 땀샘이 없어 특히 고온 다습에 가장 취약하다.
축사 내 온도가 27~30도를 넘으면 고온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상황이 지속되면 생산성 저하와 폐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장마철 습한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김은집 연암대학교 축산계열 교수는 "닭은 고온 스트레스에 민감한데 보통 7월부터 늦으면 9월 초까지 폐사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며 "마침 폭염과 고온다습한 환경에 놓여 다 커서 폐사하는 경우 농가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미리 영양제를 맞추거나 물을 분사해 액체가 기화되는 원리로 주변 온도를 낮추는 쿨링패드 등 설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연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