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거부 이어 의료진과 갈등
환자 체온 차이 커 재측정 요구에 병원 측 '불친절하다' 민원도 제기
5년간 도내 병상 거부 8천46건
올 7월 기준 재이송 건수 1천28건
전국의 28%… 심정지 사망 301명
병원 "전문의 부재·병상 부족" 해명
#경기지역 소방관 A씨는 최근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다. 부상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갈등, ‘불친절하다’는 까닭으로 민원이 접수돼 수차례 조사를 받는 탓이다.
문제는 환자 체온에서 발생했다. A씨가 이송한 환자 체온이 구급차와 병원 사이에서 크게 차이가 난 것.
병원 측은 체온이 높아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A씨는 체온 차이가 너무 큰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재측정을 요구했다. 이에 병원 측은 ‘의료전문인 의견에 공무원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결국 환자는 보호자가 체온을 다시 측정, 정상 체온으로 나와 해당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 측이 A씨에 대해 민원을 제기, 관련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소방관이 민원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국민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소방관이 의료 관계자 갑질에 ‘이중고’를 겪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병원 병상 거부 문제로 길거리를 헤매는 것에 더해 정작 병원에 도착해서도 의료진과 갈등 등 다양한 어려움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
26일 소방당국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경기지역 병원 병상 거부로 인한 재이송 건수는 8천46건에 달한다. 올해 7월까지만도 1천28건 병상 거부가 있었다. 같은 기간 전국 재이송 건수(3만2천717건) 27.7% 수준으로 가장 많은 재이송이 경기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기간 경기지역 재이송 과정에서 심정지로 사망한 환자는 301명에 달한다. 사망자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병원 병상 거부 이유는 ‘전문의 부재’가 대부분이었다.
소방관 B씨는 "얼마 전 심정지 직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의료진이 자신이 전화를 받은 바 없다는 까닭으로 치료를 거부했다"며 "다행히 간호사 중재로 치료를 받았지만, 끝까지 거부가 이어져 재이송 상황이 벌어졌다면 환자 생명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전했다.
경기도 한 병원 관계자는 "소방관 어려움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병원 역시 의료진 부재와 병상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며 "환자를 받아도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다면 빨리 다른 병원으로 옮겨기자는 판단이지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소방과 병원 각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자 간담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는 처지다.
경기소방 관계자는 "생명의 시급함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각자 고충과 사정이 있다"며 "갈등 해결을 위해 소방서장과 병원장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나누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효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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