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봉 등산… KBS중계소 부근 코스 출발
능선길 40여분 오르니 정상석
고로쇠나무마다 수액 봉투 눈길

 

#눈에 덮여 있는 성인봉

울릉도를 다녀왔다고 말하면 보통 3가지 질문을 받는다.

첫 번째는 독도를 다녀왔는지고 두 번째는 나리분지에 관해 묻는다. 필자가 산을 자주 다니는 걸 아는 주변 사람들은 성인봉이 어떤지 묻는다.

내륙 사람으로서는 울릉도를 자주 다녀온 편이지만 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독도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성인봉 등산할 때 가급적 하산을 나리분지 방면으로 잡았기에 울릉도 방문할 때마다 자주 갔다.

성인봉은 울릉도 방문할 때 항상 다녀왔다. 왜냐면 앞에 글에서 잠깐 언급했듯 울릉도라는 섬이 산 정상만 바다 위에 드러나 있는 형태기 때문에 성인봉 정상이 아닐 뿐 성인봉 입구를 방문한 셈이기 때문이다.

성인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크게 도동 방면 2개 코스와 봉래폭포 방면 코스, 안평전 코스, 나리분지 코스 등으로 나뉜다.

대부분 여행자는 도동 2개 코스 중 KBS중계소 부근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이용한다.

이 코스를 선택하는 건 정상까지의 거리가 짧고 등산로 입구까지의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사도가 있는 길을 만나기 때문에 첫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힘에 부칠 수 있다.

성인봉 정상석을 보기 위해 울릉도에 도착했을 때는 2월 말임에도 눈이 내렸다. 서해랑길을 걷기 위해 1월과 2월 해남에 방문했을 때는 비가 와서 고생했는데, 얄궂게도 이번 울릉도 방문 때는 눈이 내려 올해는 궂은 날씨와 함께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KBS 중계소를 들머리로 잡고 성인봉 정상을 향해 걸었다. 지인분이 아이젠 없이도 가능하다고 조언해서 아이젠을 챙기지 않았는데, 등산로가 눈으로 덮여 있어서 걷기 불편했다. 특히 정상 부근의 능선을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팔각정을 향하는 구간에서는 몇 번이나 미끄러져서 올랐던 길을 다시 오르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또 2시간여 걸어서 능선에 올라섰을 때는 눈이 내리고 있어서 길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정상을 향해 계속 걸을 수 있었던 건 이 코스를 수도 없이 다녔기 때문일 거다. 코스를 숙지하지 않은 등산객들에게는 눈이 오는 날 성인봉 등반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겨울에는 성인봉에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받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정표가 눈에 덮여 있어서 구조를 위해 위치를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능선길을 40분여 걸었을 때 정상석이 나왔다. 정상석 뒤편으로 조금 내려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성인봉 정상에 섰을 때는 2m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내리는 상황이라 그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지 못했다. 물론 눈으로 인해 나리분지로 하산하지 못하고 등산을 시작한 KBS중계소로 정했다.

성인봉을 오르며 하나 신기한 풍경을 만났다. 해발 986.7m인 성인봉 정상 주변에는 침엽수들이 있지만 능선 아래쪽에는 고로쇠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그로 인해 등산하는 내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에 수액을 담는 비닐봉지들이 붙어 있는 모습을 봤다. 한 그루의 나무만 보면 신기한 것 없는 모습이겠지만 여기저기 눈에 들어오는 나무마다 고로쇠나무에 수액을 담는 봉투가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4~5개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혹부리 영감이 산 어디에나 있었다.

성인봉을 오르는 분들이 알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예전에는 성인봉 정상에서 형제봉을 향해서 걷다가 오른쪽 경사진 나무계단을 이용해 신령수를 거쳐서 억새투막집으로 향하는 길을 이용해 나리분지로 갔다. 지난해부터 이 코스의 나무계단을 새로 만들고 있어서 이용할 수 없다.

대신 성인봉 정상석을 등지고 왼편으로 난 길을 따라 말잔등(해발 967.8m)을 거쳐 천두산(해발 961.2m)을 지나 나리분지 투막집으로 바로 내려가게 된다.

예전 신령수와 억새투막집으로 거치는 구간은 알봉 분지의 울창한 억새 숲과 원시림 속을 걷는 숲길 산책이 매력적이었다. 지금은 등산로가 바뀌어 억새 투막집을 가려면 나리분지에서 산을 향해 다시 걸어야만 한다.

김종화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