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박 흔들림 없이 편안
포항~울릉도 편도 7시간 걸려
배 위에서 보는 일출·일몰 장관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는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이 첫 문장을 만들 때다. 울릉도에 관한 여행 기사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고 2일간 첫 문장에 대해 고민했다. 글 쓰는 게 직업인 필자에게 글을 쓰는 게 무슨 고민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첫 문장에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분위기를 전해야 해서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2일간 울릉도에 관한 여행 기사를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가 "울릉도는 어떤 섬일까?"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울릉도 하면 ‘동쪽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유인도’, ‘독도에 가기 위해 들리는 섬’, ‘오징어와 명이나물의 산지’ 등을 떠올린다.
필자에게 울릉도를 생각했을 때 무엇이 떠오르는지 묻는다면 ‘평생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신비의 섬’이라고 말하고 싶다.
#울릉도에 어떻게 갈까
울릉도는 독도와 함께 동해 한가운데 있는 섬이다. 유인도로는 한국인들이 사는 유일한 섬이 울릉도다. 울릉도와 내륙과의 거리는 가장 짧은 거리는 130km 정도다. 하지만 여객선이 다니는 뱃길은 대부분 200km가 넘는다.
울릉도에 가려면 강릉시(강릉항), 동해시(묵호항), 울진군(후포항), 포항시(포항신항) 중 한 군데서 여객선을 이용하면 된다. 배를 타며 가장 주의해야 할 건 포항에서 타는 여객선(크루즈)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여객선들은 파도가 높을 때 멀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겨울에는 4곳 모두에서 배가 출항하지 않기 때문에 배편을 잘 알아봐야 한다. 물론 울릉도에서 나오는 여객선이 출항하는지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는 크루즈 선박이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고 있어서 울릉도 여행이 편해졌다. 코로나19 당시부터 차박과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이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장비가 많아서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크루즈 외에도 여행자와 차를 함께 실을 수 있는 카페리도 다니고 있어서 여행의 방법(?)이 다양해졌다.
울릉도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지난 2월 말 포항시 영일만항에 도착했을 때 섬 취재를 다닐 때 탔던 여객선의 몇 배되는 크기에 눈이 커졌다. 울릉도를 오가는 크루즈는 여객 정원이 1천200명에 차량을 170대 실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시설과 많은 여객, 차량을 싣고 다니는 큰 배이기 때문에 기상청이 풍랑주의보를 발령해도 어지간한 파도에는 출항할 수 있다. 참고로 풍랑주의보가 발령되면 쾌속선은 출항할 수 없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배가 크다 보니 쾌속선처럼 빠른 시간에 울릉도와 내륙을 오갈 수 없다. 크루즈는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편도 기준으로 대략 7시간가량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행 일정을 잘 짠다면 크루즈가 효과적일 수 있다. 포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크루즈 시간이 오후 11시 이후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서 울릉도에 갈 수 있다.
이런 여행을 구상하는 사람들을 위해 선사에서는 포항역에서 영일만항 여객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선사와 코레일에서 KTX와 크루즈 승선권을 연계한 할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해서 크루즈 안에도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우선 전 객실은 침대로 되어 있고 식당과 편의점, 커피숍 2곳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부 층 로비에는 추억의 게임기들이 설치되어 있어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다.
배에 타는 시간이 오후 10시 이후기 때문에 간단히 야식을 먹고 자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 편의시설은 자정 전후에 문을 닫은 후 오전 6시 정도에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크루즈에 승선했을 때 가장 큰 매력으로 느낀 건 파도는 조금 거칠었지만 흔들림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승무원들이 배가 출항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이런저런 편의시설을 구경하면서 전혀 배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또 울릉도에 가까이 갔을 때 배 위에서 보는 일출, 그리고 포항으로 돌아갈 때 배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조금 춥더라도 꼭 보시기 바란다. 배에서의 일출과 일몰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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