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와 충북 음성군이 철도역사위치 70m를 사이에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관계기관들은 집값, 땅값도 한 원인이지만, 주된 원인은 정치인이 개입과 잦은 역사위치 변경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철도공단 잦은 역사위치 변경 = 112역사는 2009년 12월 기본설계에서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내 건설이 결정됐다. 올해 4월 실시설계에서는 음성군 감복면 왕장리로 변경됐다.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24일 “선로 분기기 위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안전문제가 생겨 감곡면으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갈등촉발은 공단이 지난 4월 장호원읍, 감곡면, 부발읍에서 112역사를 충청북도 음성군 감곡면 왕장리 285-1번지 일대로 옮기는 실시설계 초안 주민설명회를 하면서 시작됐다.

장호원 주민들이 “철도시설공단은 기본 설계대로 장호원과 감곡 양 지역에 걸쳐 역사위치를 정해 지역발전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공단이 이천시 장호원과 음성군 감곡면 경계지역을 관통하는 군도 22호선에 건설하는 중재안을 내자 이번에는 감곡면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경명현 감곡면 비상대책위원장은 “실시설계안이 정확한데 주민 민원 때문에 역사 위치를 옮기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이천시이장협의회장 “중재안이 맞다. 감곡면과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정도 양보를 했는데 못 받아 들이면 아집이다. 저쪽에서 계속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철도사업 자체를 무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유승우 국회의원(이천시)은 지난 21일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영일 이사장에게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원칙 없는 정책 때문에 이천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사회적 비용 지출 또한 너무 심각하다. 철도공단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양쪽이 수긍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운 안을 도출할 예정”이라면서 “새로운 안에 대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개입 지역감정 다툼으로 비화 = 주민갈등은 정치인들의 개입으로 더욱 거세졌다. 충북도지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방문한 직후 지난달 2일 “감곡면에 역사를 설치해 줄 것과 사업의 신뢰성 확보 차원에서 감곡지역주민의 요구를 수용해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8월 ‘충북도, 이천~충주~문경 중부내륙철도 음성 검공역 설치 주님요구사항 적극 수용 요청’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낸 데이어 2번째다.

음성군수는 충북도청에서 “중부내륙철도 112정거장, 감곡역 사수”라는 기자회견을 했고, 충북도의회는 지난달 20일 감곡역사 원안설치 촉구건의안을 내면서 정치 이슈화했다.

한 관계기관 관계자는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 해결은 요원하고, 갈등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로 인해 감곡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고 말했다.

이천시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장 등도 지난 21일 대전시 한국철도공단을 방문해 궐기대회를 가졌다. 유 의원은 강 이사장에게 “장호원읍민들의 요구는 너무 당연하다”면서 “군도 22호선상에 설치하고 청미천 횡단교량을 설치하는 것만이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고 두 지역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천시와 감곡면 주민들은 서로 상대쪽 정치인 개입에 반기지 않는 눈치다.

경명현 감곡면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천에서 이런 식으로 정치인을 이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 감사 청구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성화 이천시이장협의회장은 “감곡면에서는 도지사가 나와서 기자회견, 경대수 국회의원 나와서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한규기자/liveki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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