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운영 하겠다던 고3 교실을 본보 취재진이 가보니 역시나 였다. 여전히 시간 때우는 변함없는 교실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때우는 내 자신이 한심할 따름입니다.” 교사의 이런 자조 섞인 푸념이 수능 이후의 교실을 대변하고 있다. 수업이 진행중인 1·2학년 교실과는 달리 남학생 대다수는 운동장에서 축구와 농구 등을 하고 있었으며,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삼매경에 빠져있다. 교실 안이라 달라진 풍경은 없다. 부족한 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게 고작이다. 아예 책상을 침대삼아 누워서 꿀잠을 신청하는 학생도 보였다고 한다. 엄연히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독해야 할 교사는 어디 있는 것일까.

다음 주 부터는 본격적인 기말고사로 다른 교실의 삼엄한 분위기와는 달리 3학년 교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그동안 엄격했던 수능의 분위기가 풀어져 다소 이해되는 부분은 있다해도 이렇게 언제까지 버리는 시간들을 방치할 것인가 교육부가 이제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올해부터 비정상적인 교실 운영을 막겠다는 교육 당국의 지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배경에는 우리 교육계의 고질적인 눈치 보기가 아직도 남아있어서다. 교사들의 불만처럼 외부강사 초빙이나 체험학습 등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기 위한 예산과 시설도 부족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얘기는 이미 수능을 마친 학생들의 마음이 떠나있기 때문이다.

교실 밖 풍경도 다르지 않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수능 끝나자마자 술·담배로 접근하는 고3학생이 많아졌다. 일탈이다. 여기에 접근이 금지된 지역으로 가기위해 불법으로 주민증 구입도 성행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수능이 끝났다고 기성세대가 뻔히 이들이 술 마시는 것을 방관해서는 곤란하다. 일부 술집에서도 신분증 검사를 느슨하게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사회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될 일도 없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주변이나 시내 골목 여기저기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수능시험이 끝났다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졸업이란 말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듯 이제부터 할 일이 더 많다. 고리타분한 얘기같지만 대학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이 오히려 짧기만 하다. 그런데 벌써 몇십년째 수능이 끝나면 이런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다. 청소년출입금지업소로 지정된 멀티카페 DVD방 역시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소식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핀잔을 듣기싫어 쳐다만 보고 있을 사이 사회는 병들어 간다. 도대체 뭐가 무서워 제도하나 못 고치고 이런 시간들을 보내게 만드는 것인지 교육당국이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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