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상 한식집 등 불안...젊은층 찾는 호프집 등은 기대

“수원시청이 인계동에서 고등동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니 걱정반, 기대반이네요.”

15일 일명 ‘인계동 박스’로 불리는 수원시청 뒷편 중심 상업지역에서 만난 상인들은 경기도와 수원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청사 빅딜’ 협상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상인들의 반응은 막연한 불안감과 장미빛 기대감이 교차했다.

수원시청 공무원을 상대로 점심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걱정을 늘어놓은 반면, 저녁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는 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수원시청 소속 공무원 수 십명이 청사에서 쏟아져 나와 일명 ‘인계동 박스’로 불리는 중심상업지역을 가득 채웠다. 공무원들은 주로 한식 식당을 찾았다.

수원시청 뒷편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수원시청이 도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인계동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탓에 공무원들이 유일한 단골손님”이라면서 “시청이 이전하면 900여명의 공무원들이 인계동을 떠나는 것인데 큰 타격을 입게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근에서 또 다른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여)씨는 “공무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곳에 개업한 지 석달 정도됐다”면서 “시청이 이전하면 주요 고객이 대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했다.

장다리길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동주(59)씨는 “수원시청 부지는 교통도 편리하고 유동인구도 많아 좋은 위치”라면서 “시청 별관이 지어진 지 10년도 안됐는데 벌써 이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저녁 장사를 하는 음식점과 노래방, 호프집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이번 기회에 수원시청이 도청으로 이전했으면 좋겠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참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50)씨는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해서 많은 손님들이 인계동 박스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바람에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원시청이 이전하면 그 자리에 주차 타워나 주차장을 만들어서 고질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조모(53)씨는 “이 곳은 낮에는 공무원과 회사원들 일부가 고객이지만,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며 “중심 상업지역에 관공서가 있는 것 자체가 어정쩡한 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계동 박스에는 노래방 등 유흥업소만 230여개에 달한다.

20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모(57)씨는 “공무원보다는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아 시청이 이전을 해도 별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공무원들의 수가 워낙 많다보니 낮 시간대는 어느 정도 타격이 있겠지만, 저녁과 새벽 상권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인들은 수원시청이 이전하면 시청사 터에 호텔, 백화점 같은 대규모 상업시설이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갈비집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1천여명의 공무원과 민원인 공백이 상권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백화점이 들어오면 지금보다 상권이 더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태 한국외식업중앙회 수원 팔달구지부 지부장은 “인계동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청 터에 호텔을 지어야 한다”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이 들어와야 음식점과 유흥업소 모두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지기자/cyj@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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