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구글이 자신들을 규정했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대체할 새로운 기업 모토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 끝은 알 수 없다. 어쩌면 구글은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런 슬로건을 접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미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는 슬로건으로 비난의 화살을 심심치 않게 맞아 온 탓이다. 악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늘 선하게 기업을 꾸려가야 하지만 누구라도 선한 기업을 제대로 본 기억이 있는가. 그래서 보기에도 혹은 느끼기에도 ‘악해지지 말자’ 란 말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충분하지만 현실에서의 이 문장은 많은 부담을 메워야 한다. 이유는 이러한 악의 측정 기준이 애매해 지고 심지어 앞뒤가 서슴없이 바뀌어 가면서다. 권력에서의 강한 자가 악해 지면 그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입장은 금세 악해 질 수 있는 모호함에도 있다.

쉽게 보자면 이러한 예는 음식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국의 후미진 구석, 혹은 동네마다 있음직한, 줄 서서 먹는 유명 식당의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의 위선이다. 이들은 공히 서 있는 사람들의 줄도 있지만 때로 그 사람들의 입을 속이고 있다. 그것은 조리하는 현장이며 보여지는 엄청난 색감과 맛에 관한 풍부한 입소식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 십년째 고작 몇 백원 몇 천원을 올렸다고는 하나, 음식을 그냥 주는 집은 없으며 장사의 법칙상 무조건 남겨야 하는 목적에도 있다. 이렇게 치장된 맛의 비법은 음식의 악으로 정의되는 위선의 조미료와 소금, 기름에도 있다. 가성비, 즉 가격대비 성능인 맛을 최고로 올리자면 위선안의 악을 사용해야 해서다.

명차에서 위선된 악으로 욕받이를 하고 있는 BMW사 화재의 숨겨져 있는 비밀들이 개나 소나 탄다는 수입차의 궁시렁 타령으로 옮겨지듯이 음식과 자동차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다. 실상 위선으로 치장된 악은 그냥 넘어 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치명적인 후유증이나 더 많은 피해를 가져 온다. 실제로 우리는 보수나 진보, 모두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정권을 잡고 초기부터 다잡아 가는 과정에 자신들만이 억울한 피해자 시늉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한때 약자로서 도덕적 우위를 점한 사람들도 이제는 어엿한 정치인으로 그 이상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쭈그러진 보수가 진보가 빠진 약자의 도덕적 우위를 메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와서 밝혀지듯이 보수의 어떤 사람은 법인카드로 동네슈퍼를 드나들었으며 간 크게도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려 수사를 앞두고 있지만 이와 비슷한 유형은 과거의 한 단계 전에도 금액의 정도와 유형만 달랐지 심심치 않게 있어왔다. 그 밥의 그 나물이란 문장이 녹슬지 않게 쓰이게 된 원동력이 된 위선의 악들이다. 공지영은 소설 ‘해리’에서 진보에도 정의와 관련된 얘기만 있는 게 아니라 거짓과 위선이 있다는 고발을 하고 있다. 공지영이 그나마 보수와 거리가 멀어 얘기가 좀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만 작가는 강남에서 아이스크림과 수제 버거를 먹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다중 인격자 이해리를 등장시켜 위선의 실체를 파고 있다. 흔한 소설 안에서의 여자와 돈의 향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안에서의 위선에 악은 상상을 넘나든다.

커튼 안쪽의 진실을 들춰보지 않는 것이 때로 나을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고단한 얘기들은 들춰봐야 할 변명들을 매일 간섭하게 만들고 있다. 정권마다 만들어진 언론이 객관적 팩트를 뒤틀어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는 것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위선과 관계없다는 사람들이 결국은 악의 열매를 맺어 위선이 나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그들만의 취향으로 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까지 받아들이면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한 지금이다. 그래야 20년 아니 그 이후도 유지할 수 있다. 소금과 기름으로 위선된 맛으로 가계 앞 손님들을 줄 세우자면 그 줄은 그림자로 남다 결국 사라진다. 마치 지금까지 간단히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는 어리석음을 저질러 나라를 그르친 사람들의 어지러운 결말도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된 것을 모르지 않아서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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