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라고 그것도 명품백이라고 언론은 적고 있었다. 단지 외래어로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혼동의 우려에서 그냥 가방이라 적는다. 좀 가라앉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논란 중인 김 여사 가방에 대한 ‘알러지’는 여당의 몫이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처음에 무조건 사과에서 이제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주거침임 등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과 함께 최 목사에 대한 책임론을 앞세우고 있다. 한 마디로 복기해 본 결과 이건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여겨진다. 타이밍이 엇갈린 그림이다. 마치 진실이 구두끈을 묶고 있을 때 거짓은 저 만치 달려가는 것을 이제서 알아챈 때 늦은 후회로 보인다. 그럼에도 민주당이나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절대 호재를 쉽게 보낼 수는 없겠다.

불과 얼마 전 만해도 이런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마치 가방 안에 자동으로 묶여진 파우치같이 거론됐다. 부인의 그것에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한국인 고유의 정서에 밀린 그것이다. 결국 ‘이건 아니다’라는 응답이 절반 넘게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얘기는 거의 초읽기에 들어갔고 지금 이 시간에도 조율은 계속되고 있어 보인다. 물론 서울중앙지검이 주거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된 최 목사 사건을 형사1부에 최근 배당하면서 얘기는 반전되는 듯 보이기는 하지만 그 사과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생각하기 따라 고발인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라는 것이 마치 최 씨가 존경받아야 할 목사라는 신분을 앞세운 것과 유사하게 생각되면서 뭔지 뉘앙스가 묘한 느낌은 없지 않다. 하지만 고발할 단체가 선뜻 나서지 않아 서민민생을 대책하는 사람들이 기꺼이 대신 한 것은 누군가에게 분명 만시지탄으로 남을 수 있다. 단지 얘기가 이렇듯 맥없이 흘러가면서 공은 다시 ‘명품백 수수 자체가 문제’로 무조건적인 사과에서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한 최 목사의 주거침입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초점이 모아지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에서 야당에서 총선을 흔들 호재로 꿈틀대다가 다시 코너로 몰릴 수도 있는 주제여서다.

고발장의 내용은 무엇보다 처음 보도한 매체가 주장한 공익적 목적을 이탈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차라리 보복과 이익을 동반한 치밀한 계획범죄라는 얘기다. 만일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얘기는 급반전 될 게 뻔하다. 여당 소속이라고는 하나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이수정 교수가 처음의 사과 주장에서 나중에 알고 얘기했다던 ‘덫을 놨다’는 표현이 국민들의 정서에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냥 생각하기에도 공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달콤한 선물을 내밀면서 스파이 영화에서 나옴직한 손목시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과연 정의나 공익에 부합하는가는 영리한 개인의 판단이라도 거칠기만 하다. 그리고 젠더를 떠나서 가방의 무게를 가리지 않아도 가방이 주는 무슨 매력에 이런 첩보작전으로 상대를 시험해보려는 시도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역시 무리하긴 마찬가지다.

차라리 김 여사가 이런 최 목사의 사저 출입을 허용한 죄라면 이를 묻는 편이 타당할 수 있다. 누군들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을 승낙하겠는가도 논란의 소지는 가능해 보인다. 좀 약해보여도 주거침입죄를 주장하는 고발인들의 얘기가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중앙지검이 이런 최 목사 수사와 ‘서울의 소리’ 측 고발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등 혐의 수사도 진행 중이고 공수처도 비슷한 혐의로 수사 중이라지만 자칫 지지하는 정당이나 개인적인 정치성향에 따라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얄궂은 상황이란 점도 지나치기 어렵다.

나는 이 즈음에서 어린 여학생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가방이 여성에게 주는 매력과 영향 같은 논문이나 질문을 여러 곳에 해 봤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직업의식에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개의 대답들은 그저 그럴 것이란 애매함이나 더구나 명품 가방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고 자신감을 부여하는 심리적 도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는 AI의 대답정도였다. 과연 명품 가방이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그리고 아주 비싼 가방이라도 소유하기가 쉽지 않아 과연 높은 수준의 소득과 지위를 대신하는지는 현재의 생각들로는 분명 가당치도 않고 어림없다는 생각이다.

‘디올 백’ 정도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 한국인을, 소림축구를 간단없이 누르고 오일축구를 제압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한국인을, 반도체와 자동차를 그리고 휴대전화를 전세계에 뿌려놓은 민족에게 이런 얘기들은 차라리 모욕에 가깝다. 우리는 지금 이런 소모적인 얘기들로 지낼 시간이 없다. 어차피 정치에 이용될 주제이고 가십이라면 그들만의 리그로 버려두는 편이 낫다. 질투나 사람 자체가 못됨에서 비롯된 얘기나 분쟁이라면 그 선을 마무리할 수 있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쳐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가방논쟁이 코앞에 펼쳐진 어려운 경제나 혼란스러운 국방, 갈라져가는 국민들의 통합을 대신할 수 없음에도 누군가의 조정이나 세력 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눈사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분명한 사실은 이런 과정에 생기는 분노와 절망들이 모두에게 거꾸로 잡은 칼날로 돌아오고 있음이다. 자신이나 속한 세력만을 상처 낼 뿐이다. 브레이크가 필요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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