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전에서 여사는 비단 대통령의 부인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대개의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인 탓이다. 이 가운데 뉴스속의 윤청자 여사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으로 순국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다. 알려졌다시피 유족 보상금을 해군의 기관총 제작에 기탁했고, 천안함 좌초 음모론에도 적극 맞서온 우리 시대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마치 박정희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을 발굴했듯이 윤 여사와 함께 지난해 대선 후보 공식 선거운동 1호 유세에 동반했는지 모른다. 기억으로 이후 수차례 공식 석상에서 만나며 그동안 기울어진 천안함 피격 사건 운동장을 바로 잡는데 힘써온 인물이다. 윤 여사는 배움이 짧다. 그래서 말은 직설적이고 짧다. 듣기 쉽고 시원하다.

자타가 공인하듯 윤 여사는 까놓고 윤석열 대통령 팬이다. 이런 간단한 이유로 누구보다 지금의 정부가 성공하길 바라고 내심 돕고 싶단다. 그녀가 얼마 전 나라 상황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했다. "‘이래도 되나’ 위태롭다 싶어요. 그래서 용기 내 말씀드리는 것이니 정치인들이 꼭 새겨들어 주세요." 처음 인터뷰 할 때다.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우선 당연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여당이 이왕 질 거면 크게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남 탓 그만할 것 아니겠냐는 충고로 들린다. 이어 중요한 얘기도 했다. "중요한 건 총선이잖아요." 정치 3단도 못 느낀 깨닫지 못한 미래의 상황을 윤 여사가 간단없이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수는 ‘디올백’ 등에 밀려왔지만 누구 하나 이에대해 상황대처가 없었다.

결국 윤 여사의 예측대로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 총선은 오고 있다. 당시 윤 여사가 짚어낸 여당의 약점은 너무 게을렀다는 것이다. 나는 그 게으름이 무능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보지 않았다. 정말 시급한 민생 현안이 뭔지 파악하고 해결책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이 너무 없다는 말들은 이미 윤 여사가 지난해 느낀 그것이다. 이어 윤 여사는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너무 안 했다고 일갈했다. "경제 힘들다고 그러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누가 경제를 힘들게 만들어 놨습니까. 전 정부 영향이 클 텐데,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상황 설명하면서 ‘그러니 같이 허리띠 졸라매 주십쇼’ 호소해야 해요. 그런데 그냥 매사 통보고 명령이에요. 민주당은 청산유수로 빈말을 떠들며 인기 몰이 하는데..." 윤 여사는 야당인 민주당이 정말 끈질기게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보수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보수도 ‘그것 아니다’라고 끈질기게 설명하고 국민에게 진상을 알려야 하는데 대부분의 정책이 ‘우리가 맞으니까 따라와’ 명령식이라는 얘기였다. 이렇게 쉽고 콕 집어낸 원인파악은 가방끈의 길이를 떠나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개인적인 생각이다.

윤 여사가 말한 보수의 절박하지 않음은 아마도 게으름과 코앞에 닥쳐서야 움직일 줄 아는 보수의 불필요한 느긋함과 직결된다. 천안함 피격 이후 13년간 ‘좌초 음모론’이 있었는데 보수 인사 누구 하나 적극 나서 음모론을 근절할 의지를 안 보였다는 윤 여사의 지적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징한 표현으로 보자면 피 묻이기 싫고 고단함을 피해 왜 내가 굳이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수 진영이라는 윤여사의 손가락 끝에는 보수의 허점과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윤 여사의 보수에 대한 우려와 질타, 그리고 단념은 이어진다. "다들 절박하지 않은 거겠죠." 다시말해 보수는 진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뭉치는 반면에 국민들에게 뭔가 당근이라도 제시할 줄 알아야 하지만 서로 잘난 맛에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하지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보수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을 맺는 씁쓸함은 이번 총선도 여기서 멀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을 코 앞에 둔 보수가 당장 스며 들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사실 윤 여사의 아픈 지적대로 최근 여당의 어려운 상황은 자업자득(自業自得)에서 비롯된다. 그녀의 말처럼 진보 진영의 사람들은 앞에선 그렇게 깍듯하고 친절할 수가 없단다. 그래서인지 앞에서 빈말하면 국민들이 속아 넘어가는데 보수는 그런 능력조차도 없어 답답함이 크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이 말은 정부 사람들이 잘해야 하는데 최소한의 연기조차 없다는 얘기다. 목이 뻣뻣하고 군림하려 든다는 앞의 얘기와 유사하다. 나는 이 즈음에 대통령의 스승인 송상현 전 서울대 교수가 국정 방향같은 커다란 얘기보다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고 포용하라는 것을 조언했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말 건방지거나 괜히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것도 끔찍이나... 그 오만을 가장 싫어하는 것을 모를 대통령이나 정부 관리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지율부터 여러 일들이 꼬여만 갈까. 말만 민생이지 이에대한 공감대가 적어서다. 구체적이지도 않고 뭉뚱거리는 말로 대신하고 있어서다.

국민 삶의 기본은 경제부터다. 줄기에 달린 열매처럼 민생이나 안보 역시 경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취임한지 몇 년 안에 커다란 경제의 모든 것을 단박에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과 함께 할 수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이 자문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리 당이 약자한테 공감한 적 있었나. 반성해야 한다" 곧 총선이다.

문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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