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과 소통없이 주제 선정… 비보이 부천 정체성 대표 의문
공모기한 짧아 졸속진행 지적
부천시가 ‘비보이(b-boy)’를 주제로 진행 중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중부일보 9월 24일자 18면 보도)가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없고 공모기한도 짧아 공공미술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부천시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예술가를 지원하고자 공공미술 프로젝트 일환으로 ‘우리 동네 미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미술작품을 선정하고 만드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부천시는 4억 원을 들여 비보이 조형물을 만들기로 했다. 매년 부천에서 비보이 세계대회가 열리는 등 부천만이 지닌 문화 콘텐츠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시가 주민들과 소통 없이 주제를 선정하고, 비보이가 부천의 정체성을 대표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미술은 예술가와 주민이 작품 주제 선정부터 완성 후 관리까지 함께 참여하는 미술을 뜻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주민 모두가 논의하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주민이 참여하며, 사후 관리까지 하는 것이다. 일부 작가들은 최소 6개월 이상 주민들과 소통하며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때문에 시가 추진 중인 비보이 작품은 단순한 조형물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5년째 공공미술 분야에서 활동해 온 경기지역 한 작가는 "공공미술은 하다 못해 주민이 벽화에 선 하나라도 직접 그어 넣는 게 취지이지 지자체가 임의로 정하는 걸 공공미술이라고 해선 안 된다"며 "비보이가 부천시의 상징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주민이 함께 공감하는 주제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업 전반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는 지난달 7일 첫 사업공고를 냈다가 문체부의 규정에 맞춰 14일 재공고를 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안에 조형물 시안과 목적, 주제의식 등이 담긴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어 다시 일주일 후에는 작품과 예술가를 선정했다.
경기지역 한 작가는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은커녕 일주일만에 사업신청서를 내라고 하는 졸속행정을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준 높고 의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는 부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주요 콘텐츠로 비보이라는 주제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기한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문체부의 사업 일정 자체가 촉박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부천시는 수년 째 비보이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이번 주말에도 대회가 열리며, 다른 지역에는 없는 부천시만의 문화여서 주제로 선정했다"며 "사업 신청 기한이 다소 빠뜻한 건 맞지만 당초 문체부에서 내려온 기한 자체가 촉박했으며 다른 지자체도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춘식·정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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