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한계…대기업 중심 아닌 소재부품 중기에 집중 투자 필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에 혹독한 ‘경제 겨울’이 덮쳤지만,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가 34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 ‘반도체 초강대국’을 위해 전폭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밭길. 지역 갈등, 법적 제도 미비 등으로 장애물이 산적해서다. 중부일보는 경기도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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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막대한 예산 등을 통한 집중적인 투자로 ‘반도체 초강대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적재적소에 맞춰 재정을 할당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학과 신설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기업이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반도체 분야에 340조 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발판이 담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대기업의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세제혜택안을 공개했다. 또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신규 지정해 교수 인건비, 기자재, R&D를 집중 지원해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15만 명 이상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아닌 10년 후를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전문학과를 만드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반도체학과 신설은 서울에 있는 명문대 위주로 이뤄질 것이며, 이를 통해 서울과 비수도권의 취업률 등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며 "당장 반도체 일꾼이 부족하다는 통계로 인해 반도체 학과가 신설되면, 타 학과는 자연스럽게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이내 반도체 시장 등이 변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국내에서는 고체 물리, 미래 설계 등 기술적인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이공계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정부의 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의 지원이 아닌 소재부품 설계를 하는 중소기업에게 집중 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이 같은 지원은 궁극적으로 대기업이 부품 구매에 있어서 외국의 의존도를 낮추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또한 정부도 이론적을 앞세운 전문가 위주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급한 추진보다는 적재적소에 알맞은 예산 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R&D에 대한 예산과 지원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지원이 기업·대학 등의 합의를 통해 효율적으로 적재적소 사용돼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면밀히 검토해 부족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당장 투자를 해도 반도체 사업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데 3년에서 5년이 걸린다"며 "우리가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5~10년 후에 어떤 효과를 낼지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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